조선일보의 고종원 전략기획실 차장이 현재 논란으로 떠오른 신문·방송겸영 허용 여부에 대해 "신문이 여론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다" "미디어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며 "신문사가 다양한 미디어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라"고 해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명했다.

▲ 조선일보 고종원 전략기획실 차장. ⓒ곽상아

신문·방송 겸영 허용해라

지난 3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의 방송정책 방향성 모색> 토론회의 제3세션 '신문·방송 겸영과 종합편성 채널정책 방안'에서 고 차장은 "신문·방송겸영 허용을 반대하는 이들이 '여론독과점'을 우려하는데 과연 신문의 여론 독과점이 가능한가"라며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소스가 극히 제한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정보의 소스가 신문 외에 너무 많아 여론 독점 상당히 해소된 상태"라 주장했다.

고 차장은 "신문기업이 너무 특별하게 여론형성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지 말아주라"며 "이게 우리한테도 도움되고 실제로도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차장은 "방송법에는 방송사가 신문사를 못한다고 규정하지 않는데 거꾸로 신문법에는 신문사가 보도채널과 종합편성채널하지 못한다고 규정돼있다"며 "이는 비대칭적 규제로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차장은 아울러 "여론독과점 경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쟁력'도 중요하다"며 "신문이 복합미디어기업이 되면 외국에 나가 다양하고 한국적인 콘텐츠를 퍼뜨릴 수 있으며 이를 허용해야 미디어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밝혔다.

고 차장은 또 "신문사 입장에서 보도채널은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다. YTN이 현재 흑자내고 있지만 이 부분까지 가는 데 2천~3천억 쏟아부었다"며 "신문사에서 보도채널을 당연히 하고 싶어 할 거란 생각은 너무 앞선 것"이라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조선일보 고 차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거센 반론을 펼쳤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나?

이용성 한서대학교 교수는 "여론의 다양성은 곧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인데 신문이 과거에 비해서 영향력이 축소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정치적 의견의 형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포털이 아무리 약진해도 정치적 내용들은 여전히 신문이 주도해나가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신문·방송겸영 허용했을 때 여론다양성의 침해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신문산업 진흥을 위해 신방겸영 허용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외치는 건 문제다"고 지적했다.

한영규 YTN문화과학부장도 "신방겸영 허용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당혹스럽다"며 "'신문어렵다' '신문 숨통 터줘야 한다'고 하지만 왜 어려워졌느냐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부장은 "신문업계도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만 신문사간 경품, 무료구독과 같은 과당경쟁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스스로 기사의 질을 향상 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신방겸영만 터주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은 또 "의제를 설정함에 있어서 상당히 주도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설정된 주제를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힘이 있는 신문사는 현재도 보도전문PP를 제외한 나머지를 다 운영하고 있으며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디어산업 활성화? 근거를 대라

채수현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신문산업 어렵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은 세계적 추세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있는 외국의 사례에는 경제력이 집중되고 여론 다양성이 한 쪽으로 쏠렸다는 얘기가 반드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 국장은 "신문이 어려우면 신문으로 풀어야 한다"며 "겸영 허용하면 신문과 방송이 함께 망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채 국장은 또 "미디어산업이 활성화될 거라는 주장에는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신방겸영 허용이 갑자기 논의되고 있는 이 상황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패러다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질 효과 미미, 객관적으로 검토해보자

한편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신문·방송겸영 허용으로 인한 실질적 효과는 미미한데 이해관계 당사들의 여론 파급영향력이 지대하고, 정치적 상징성이 커서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 교수는 "'한나라당이 했다' '조·중·동이 원한다'고 해서 방송정책의 고유기능을 정치적 색깔로 바라봐선 안 되며 허용으로 인한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또 "신문에서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기업이 과연 방송에 뛰어들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며 "방송법의 소유지분제한 등 여론 다양성을 위한 여러가지 수단이 있으므로 겸영 허용으로 인해 조·중·동이 자신들의 신문을 만드는 것처럼 방송을 만들 순 없다. 여론다양성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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