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딸 입시 의혹'에 대해 집중 질의했지만 기존의 의혹 제기 수준으로 '위법은 아니다'는 조 후보자의 해명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6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 임명에 나설 게 확실시 된다.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조국 딸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조국 후보 위선의 끝은 어디냐”면서 “조국 후보 부인과 동양대 총장 통화 녹취록이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은 위증교사 혐의와 증거인멸 혐의가 있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법무부 장관직이 증거인멸 아지트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사진=미디어스)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지난 6년간 서울대 법대 인턴 17명 중 고등학생은 없다”면서 “센터에서 확인한 사안이다. 당황스럽겠지만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광덕 의원은 “후보자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는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부인이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면 중대한 범죄다. 인정하냐”고 물었다. 조국 후보는 “(표창장 위조가) 사실이라면 범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여상규 위원장, 정점식·이은재·김진태 의원 역시 정책적 검증 대신 조국 딸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조국 후보의 위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의혹제기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조국 후보는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만 위법성이 증명된 것은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방어 가능했다는 것이다.

▲조국 후보 (사진=연합뉴스)

"혼란의 한 축은 언론이다"

민주당 측 의원들은 여당이 제기한 조국 후보 딸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현재 밝혀진 걸 보면 (조국 후보 딸 고등학교 입학은) 일반전형 합격이었다.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시험 보고 합격했다”면서 “고려대도 수시 1차 정원 800명 중 200명에 해당하는 전형이었다. AP점수 다섯 과목 중 네 과목이 만점이다. 이 정도 성적이면 서울대도 갈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많은 가짜뉴스가 생산되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은 “일련번호가 다른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18개 확인됐다”면서 “동양대 총장 명의로 일련번호가 다른 표창장 수십 장이 나간 것이다. (한국당은) 조사 좀 하고 이야기해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조국 후보 딸이 표창을 받은 시기는) 방학인데, (동양대가 위치한) 경북 영주는 시골이라 학생들이 다 서울로 갔다. 마침 영어를 잘하는 대학생이 필요해 (조국 후보 부인인) 정 교수가 딸더러 봉사하라고 한 것”이라면서 “교수님들이 잘했다고 표창 준 것이다. 이걸로 대학원 가라고 준 게 아니다. 고대 학생이 대학원 가는데 동양대가 준 표창장이 왜 필요하냐”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조국 후보 관련 언론 보도가 과도하다고 했다. 표창원 의원은 “여러 주요 사건을 보면 조국 후보에 대한 보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혼란의 한 축은 언론이다. 일부 언론은 조국 후보가 주차장에 주차한 것을 속보로 내고, 딸이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보도한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의원은 검찰이 국회 인사청문회 권한을 침탈했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의원은 “청문회 전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검찰 수사 인원도 이례적으로 많다. 국회 인사청문회 권한이 침탈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6일 인사청문회에서 질의 중인 금태섭 의원 (사진=연합뉴스)

감싸기 대신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라"

금태섭 의원은 조국 후보에게 “진심으로 젊은 세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의원은 “후보자가 학벌이나 출신과 달리 진보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이유로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면서 “후보자는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는 불철저하고 안이했던 아버지라고 고백했다. 거기서 개혁주의자가 왜 나오냐”고 따져 물었다.

금태섭 의원은 “후보자가 지금까지 인터넷에 올린 SNS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우리 편을 대할 때와 다른 편을 대할 때 기준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라면서 “공정함을 생명으로 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큰 흠이 될 수도 있다. 언행 불일치, 그리고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상처를 깊게 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지적했다. 이에 조국 후보는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서 “비판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성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벌어진 수사자료 유출 논란, 이번엔 '포렌식'

청문회에서는 검찰 압수자료 유출 논란이 일었다. 김진태 의원은 조국 후보 딸이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전달한 논문 초고 파일 정보를 공개했다. 김진태 의원은 해당 파일의 작성자, 수정자가 조국 후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해당 파일의 출처를 “포렌식으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조국 후보는 ‘서울대 법과대 PC를 집에 가져가서 사용했기 때문에 내 이름이 나왔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자료가 김진태 의원에게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의원은 “(조국 후보 딸의) 생활기록부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증거인멸 의혹이 기사화되고 있다. 급기야 포렌식 자료가 청문회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면서 “대체 민정수석 할 때 뭐 했냐. 어떻게 했길래 검찰이 이 모양인가”라고 말했다.

송기헌 의원은 “검찰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사했던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게 나온다”면서 “검찰 포렌식에서 나왔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은 “야당 의원(김진태)이 검찰에서 포렌식을 통해서 밝혀지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자료를 언급했다. 범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6일 입장문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 압수물 포렌식 자료가 청문회장에 돌아다니는 등 외부로 유출됐다는 취지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해당 자료는 언론이 관련 대학과 단체를 자체적으로 취재한 것”이라면서 “압수물 포렌식 자료가 유출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6일 인사청문회에서 회의를 진행중인 여상규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여전한 '발언권 침해' 논란

여상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시작 전 ‘합리적 진행’을 주문했다. 여상규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6일 하루 만에 끝내려면 엄격하게 진행을 해야 한다”면서 “발언권을 준 사람에게, 질의를 하는 사람에게 회의 진행권을 다 위임하겠다. 질의 시간에 다른 분은 왈가왈부하지 말라. 이런 일은 철저히 막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상규 위원장은 박주민 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조국 후보의 말을 끊고 “조국 후보는 미주알고주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박주민 의원과 표창원 의원은 “위원장이 말을 자르면 어떻게 하냐. 청문회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여상규 위원장은 다른 의원과 문답 중인 조국 후보에게 “청문 위원들의 질의 내용에 해당하는 답변을 해라.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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