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김혜인 기자] 지역방송이 인력·비용의 한계로 선거방송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선거 방송 심의 기준이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보도의 자율성을 높이고 여론조사에 불필요한 제약은 줄여달라는 제안이다.

5일 한국방송학회 지역방송특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주최로 ‘지역 선거방송 심의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한 국회 연속 토론회의 마지막 일정이다.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 선거방송 심의 및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모습. (사진=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이진로 영상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선거와 방송이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선거방송은 타방송에 비해 제약이 많음에도 현재는 선거방송 심의 기준이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파성을 드러내는 후보자들로 인해 선거방송에는 더욱 엄격한 심의 기준이 적용되지만,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 몇가지 기준 탓에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제약될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거방송심의 기준 중 공정성·형평성·객관성 조항은 기준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 보니 오히려 심의를 염려해 방송사들이 후보자에 대해 충실히 보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질적 평가로는 논란이 될 수 있으니 양측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중계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로 교수는 “엄격한 선거방송심의 기준으로 인해 오히려 선거방송 보도가 양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자율심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선거방송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면책 사유를 폭넓게 적용하고 작은 실수는 후속보도를 통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말했다.

지역방송사들도 선거방송심의 기준이 낮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비용과 인력 부담이 큰 지역방송사에서는 선거방송심의 기준이 이중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보 공약 나열식 보도를 탈피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선거방송심의 기준으로 인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홍상순 울산MBC 보도국장은 “지난 6·3 지방선거 기간에 울산지역 220여명의 후보자 중 41%가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실명을 밝히지 말라고 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후보자가 낙선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지만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방송사 역할을 하는데 제약이 있었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을 고려해 후보자 검증에 있어서만큼은 더 넓은 심의 기준으로 자율성을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석민 TJB 대전방송 차장은 ‘선거여론조사 보도 기준’이 유권자들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선거여론조사 보도 기준’은 지역방송사들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자주 지적받고 있는 사항 중 하나다. 김 차장은 “보도의 신뢰성을 위해 여론조사 결과 보도시 13개 여론조사기준 사항을 적어야 하는데 유권자들이 이를 다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 중 한두 개 사항이 빠지면 위반이라고 제재를 가하는 게 맞나 싶다”라고 말했다.

김윤 목포MBC 보도 부국장은 “기초단체장 선거 여론조사를 열려면 한 지역구당 1,000만원 정도가 들어가 사실상 한 번 밖에 하지 못해 여론 변화 추이를 읽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지역구 출마자들의 공약을 검증해야 하지만 출입기자 1명이 다루기 벅차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나열하는 보도만 하는 실정”이라며 지역방송사의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선거보도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들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선거방송의 특수성 때문에 기준 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정상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장은 “(일반)방송심의는 표현의 자유를 증진 시키기 위해 제재 기준이 완화되는 추세인데 선거방송심의는 방송이지만 방송법이 아닌 공직선거법에 따른 규정을 준수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공정성, 객관성 조항의 명확성이 모호하다는 건 꾸준히 지적되던 부분이지만 내용 규제의 경우 더더욱 명확성의 원칙을 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명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위원회 심의팀장은 “불공정 보도에 대한 후보자들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심의제도의 목적이다 보니 선거 보도 심의제도 때문에 지역 선거방송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면서 “선거방송의 심의와 관련한 조치는 종합편성채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방송 매체 특성상 유연성을 고려해 심의하고 있으니 심의제도 때문에 지역방송의 선거 보도가 위축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선거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에 정당추천 인사를 배제해 정파성을 덜어내야 한다는 주장은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이진로 교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정당의 추천 인사가 포함되게 되면 자신의 당의 유불리에 집착하게 돼 지역방송 기자들은 어떠한 보도를 해도 양측의 입장으로부터 자유로운 보도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 차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정당추천 인사 배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라며 “19대 대통령 선거 때는 4개의 교섭단체 추천위원이 들어왔다. 위원 9명 중 3분의 2가 참석해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안건이 통과되기 때문에 정당의 의견만 일치되면 군소정당을 외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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