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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2019]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쫓겨나는 도시인들, 그 배후에 우리의 연기금이?[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9.01 01:39

[미디어스] '우리 회사는 500채 이상의 성도 보유하고 있죠.' 2008년 시작한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의 자부심 넘치는 말이다. 2015년 3월 기준, 전 세계 190개국 3만 4000여 개 도시에서 하루 평균 100만 실의 빈방을 여행객에게 연결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6000여 곳이 등록되어 있다. 이제 어디든 여행을 가면 '에어비엔비'만 있으면 잠잘 곳 걱정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의 그 숙박업소가 되는 집의 주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에어비앤비가 숙박 공유 서비스를 넘어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라면? 재개발, 철거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까지, 이런 도시화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서 더는 낯선 것이 아니다. 몇년 전 10억에 구입할 수 있었던 강남 집값이 이제 20억을 호가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그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도시들이 급등하는 집값에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급등하는 전 세계의 집값에 '검은 손길'이 드리워져 있다면? 바로 이 문제에 대해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가 추적을 한다.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전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주택 문제를 조사하는 것이 임무인 UN주거보장 특별보고관 레이라니 파르하는 5월 1일 집세거부운동을 조사하기 캐나다 토론토로 향한다. 바퀴벌레와 쥐가 수시로 출몰하고, 수리를 하지 않아 물이 줄줄 새는 낡은 집, 그래도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새로 이 건물을 산 집주인은 집세를 대폭 올리며 이들을 내쫓으려 한다. 이곳을 떠나면 더는 이 도시에서 갈 곳이 없다는 사람들은 집세거부운동을 벌이지만 이에 당국은 '업무 방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한다. 

지난 30년간 토론토의 주택 가격이 425% 인상됐다. 그동안 평균 가구소득은 133%가 올랐을 뿐인데 말이다. 정체된 임금, 반면 나날이 치솟는 집값. 부동산 업자들은 낡은 건물을 사들여 리뉴얼하고 집세를 획기적으로 올린다. 가난한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허덕이고 중산층조차 도시에서 살 여유가 점점 없어진다.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스틸컷

이게 비단 토론토만의 문제일까? 영화 한 편으로 유명해진 도시 영국의 노팅힐.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영화로 인한 유명세보다는 다양한 신념과 색깔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친근한 이웃으로 어울려 지낼 수 있었던 가족 같은 분위기의 노팅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런데 그 사람 냄새 나는 노팅힐이 변했다. 부유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중 한 곳인 밸그레이브. 부유한 사람들은 몇천만 파운드씩을 퍼부어 건물을 사고 그곳을 리뉴얼해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서 내놓았다. 당연히 높아진 가격에 살 수 없는 사람들은 조금씩 노팅힐에서 내쫓기고 이제 거리엔 오가는 사람들이 없어졌다. 80%가 빈 거리가 된 곳, 지방의회 의원은 당당하게 말한다. '노팅힐에서 살 여력이 없으면 노팅힐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이곳에서 나고 자라 가정을 꾸리고 살아왔던 이들이 이제 와서 내쫓겨야 하는 것일까?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라고 다를까? 토론토처럼 수리를 해주지 않은 채 기반이 내려 앉아가는 집. 집주인은 어떻게든 세입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이곳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던 병원은 철거되어 이제 고급 콘도로 거듭났다. 하지만 콘도는 비어있다. 이곳 주민들은 그곳에 살 여력이 없다. 올리브 등 각종 과실나무가 주렁주렁 열리던, 에덴동산 같던 발파라이소는 사라져간다. 

뉴욕 할렘가 1700가구가 살던 건물은 건물주가 바뀌자 집세가 900달러나 폭등했다. 안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집값 때문에 소득 대비 90%를 집값으로 내야 했던 입주민들에게 이 놀라운 폭의 집세는 어불성설이다. 아니 연봉 100,000달러나 되어야 감당할 수 있는 집세다. 

스웨덴이라고 다를까. 스웨덴 국민들의 자부심이었던 주거 시스템. 하지만 스웨덴이 변했다. 부동산 자본이 스웬덴에 진출하여 스웨덴 저소득층용 주택을 마구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보수하여 50% 이상의 집세를 인상하여 내놓았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자칭 스웨덴 노동자 계급의 영웅이라는 주부는 더 이상 집세가 올라가는 걸 감당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평범한 가족들이 살던 공영주택단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라고 다를까. 

전 세계 도시 부동산 급등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스틸컷

빈티지 옷가게가 생기고 허름한 옷을 입은 예술가들이 카페에 앉아 예술을 논할 때가 바로 그 동네를 떠날 때라는 우스갯소리는 오늘날 도시가 봉착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빗댄 말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목포의 창성장으로부터 시작된 목포 도심재개발로 인해 벌써 목포의 집값이 두 배니 세 배니 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현실이 되었으니까. 방송인 홍석천이 나서서 애써 보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휩쓴 경리단 길은 이젠 사람들이 떠난 삭막한 공간으로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컬럼비아대 세계도시이론 연구의 선도자 사스키아 사센은 차라리 그 정도의 초기 젠트리피케이션만 돼도 라고 한숨을 내쉰다. 지금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도시 몰락은 보다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 할렘가의 건물을 사들인 회사는 대표적인 부동산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어비앤비의 회사명도 등장한다. 2003년부터 쭉 비어있었다는 런던 벨그레이비어의 고급 주택들. 자산이 된 건물들이 묵혀진 채 누군가의 자산이 되어 불려지고 있다. 반면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만, 살 집이 없다. 무분별한 투자와 그들이 이용하는 금융시스템. 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법을 활용하고, 사람들은 오래도록 살아오던 도시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렇게 주택에 투자한 부동산 사모펀드들은 돈이 주택에 묶여 있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투자자를 끌어들여 자신들이 가진 10000채의 집을 증권으로 만들어 팔고, 집이 증권이 되는 순간 쉽게 매도할 수 있는 '자본 이익'으로 변신,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35번을 사고팔 수 있는 '극초단타 매매'의 대상이 되어 오로지 돈벌이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사스키아 사센은 오늘날 금융의 방식은 고전적 은행과 다르다고 안타까워한다. 자신들의 고정 고객을 위해 봉사한 고전적 은행과 달리, 마치 금광을 채굴하듯 이윤이 되는 것이라면 갖은 수단을 마다하지 않고 팔고자 한다는 것이다. 채굴이 끝나면 폐허가 된 곳을 놔두고 떠나는 금광업자처럼, 이익을 뽑아낸 뒤에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책임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과 달리 오늘날 부동산을 움직이는 금융에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채 쫓겨나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이 전 세계의 GDP보다 많은 금액이란 점이다. 즉, 이런 자본주의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1980년대부터 벌어진 각국 정부와 자본의 이익 간 격차로 인해 정부들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도대체 그 검은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포스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 대표. 그는 금융 위기를 기회로 아주 싼 가격에 단독주택을 대량으로 사서 수리하여 이윤을 얻었다고 자신의 출발을 자랑스럽게 회고한다. 

스웨덴에서처럼 한 지역을 몽땅 사들여 입주민을 내쫓고 고급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개발 방식.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정부는 손을 놓고 있거나, 외려 법적인 절차를 핑계로 압류를 부추기는, 혹은 규제철폐나 완화 등 법과 제도의 이점을 이용하는 이들의 편에 서기가 십상이다. 더 많은 정보는 부도덕한 엘리트들에게 전해지고, 이들은 부를 창출하는 대신 기존의 부를 빼앗는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한다. 

심지어 마약, 인신매매 등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역외조세피난처에 만들어진 회사를 통해 전 세계 식당, 호텔, 콘도 등 부동산을 통해 되팔며 자연스레 합법적인 자본과 불법적인 자금을 교차시키며 돈세탁하고 자산을 불려 나간다. 

어디 불법적인 자본뿐일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자본이 가장 먼저 하고자 하는 일이 바로 세금을 덜 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실제 이탈리아에서 정직한 근로자가 60%의 세금을 내는 반면, 조 단위 수익을 내는 회사는 단 4%의 세금을 낸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 세금을 덜 내는 방식 중의 하나가 바로 비싼 부동산이다. 아파트를 사재기하며 돈을 불리는 부도덕한 방식이야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레토릭아닌가. 

거기에 이런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공공의 자금들도 있다. 부동산 사모펀드의 출처를 찾아 전 세계를 유랑한 끝에 도달한 곳은 뜻밖에도 우리나라. 바로 우리나라 연기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기꺼이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를 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토론토에서 38년 세를 내며 살아왔던, 하지만 이제는 쫓겨나게 생긴 연금수급자. 그는 자신이 낸 연금을 관리하는 연기금이 자신을 내쫓는 부동산 사모펀드에 투자된 돈이라는 걸 알까? 

도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할까? 

[제16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 ‘푸시-누가 집값을 올리는가’ 스틸컷

부조리한 부동산 자본에 의해 쫓겨난 사람들, 그리고 그로 인해 죽은 도시가 되어가는 문제를 기록했던 레이라니 파르하가 도달한 건 바로 '인권'이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 바로 도시가 아니냐고. 그런 의미에서 주거권은 곧 '인권’의 문제라는 것. 작은 동네 카페보다 스타벅스만이 북적이는 거리, 우리가 지역에서 쓰는 돈이 우리 지역이 아니라 지역을 넘어선 자본으로 흘러가는 것에 무심해지는 세상. 

우리가 살던 그 집의 집세를 올린 주인이 누구일까? 그 무너진 시스템이 만든 검은돈이 다시 우리의 주거권을 위협하게 된 세상에서, 인권의 차원에서 주거권을 위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함께 힘을 모으자 호소한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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