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것만 골라서 해온 일밤이 이제는 사운을 걸거나 혹은 버릴 카드를 들고 나왔다. 뉴스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를 일밤에서 공개 오디션 형식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슨 자다가 봉창이냐는 반응이 뻔한데, 이에 대한 MBC 일밤의 변명은 세계적인 오디션 붐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탤런트와 MC를 뽑는 오디션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뉴스 전달자가 기본 업무인 아나운서를 예능으로 뽑는다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일 따름이다.

물론 아나운서가 꼭 뉴스만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아나운서들이 예능에 온몸을 던져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나운서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는 예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 예로,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짧은 스커트 길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섹시 열풍 속에서도 지켜야 하는 보루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방송과 신문의 보도 신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뉴스를 신뢰하고 싶은 마음이 대중들에게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나운서에 대한 인식 속에는 통념이랄까 편견이 많이 작용하고 있음을 굳이 부인할 수는 없다. 정말로 일밤이 새로 추진하는 아나운서 공개 오디션 쇼 <신입사원>에 그런 통념에 도전하는 신랄함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위대한 탄생으로 가뜩이나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신입사원의 제작 발표는 선의의 해석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방송계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아나운서를 선정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케이블의 히트 프로그램을 거의 베끼기나 다름없이 진행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에 대해 MBC가 성공적이라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는 달랑 시청률 두 자리 수치뿐이다. 그러나 두 자리라고 해도 참 초라한 것이 현실이고 모든 면에서 슈퍼스타K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얻고 있는 두 자리 시청률 대신에 MBC가 잃고 있는 것은 그 초라한 두 자리 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신입사원은 위대한 탄생이 얻고 있는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아나운서 공개 오디션이라는 발칙함에 일단의 관심은 다소 받겠지만 지속성 있는 흥미를 유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슈퍼스타K와 남자의 자격 하모니가 그토록 뜨거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노래라는 우리 국민성과 대단히 밀접한 소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의 최종 1인이 되었을 때의 보상이 고작 정규직원이라는 점도 현실적으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는 미약하다.

또한 결정적으로 슈퍼스타K가 시청자들에게 부여했던 판타지를 신입사원이 주긴 어렵다. 가수 오디션은 자신도 될 수 있다는 혹은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설렘과 아쉬움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 열이면 열 모두 노래 한자락씩은 훌륭히 뽑아낼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수만큼이나 아나운서 역시도 선호하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가수되는 꿈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슈퍼스타K야 노래만 잘하면 되겠지만 아나운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학벌, 나이, 외모 등등 갖춰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밤이 재미가 아닌 감동, 정보 등으로 승부하겠다지만 과연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지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일단은 기발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그저 생각으로 그쳤어야 했다. 이렇게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고, 욕먹을 것이 뻔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단비와 우리 아버지로 일밤으로 돌아온 쌀집아저씨 김영희 CP가 혹독한 실패를 맛본 이후로 뭔가 심사가 비뚤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사실 단비만큼 좋은 예능은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성공만큼이나 실패도 사람을 변하게 하듯이 쌀집 아저씨의 역작 단비의 실패가 근래 자기 색깔을 잃어가는 MBC의 기운과 엮어 대형사고를 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방송악법에 맞서 방송 3사 중 가장 거세게 반발했던 것이 MBC였다. 방송 파업 때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MBC를 지지했다. 재방, 3방 봐도 좋으니 방송을 지켜달라며 응원했다. MBC니까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근간의 일들은 그런 국민들의 신뢰와 애정으로부터 MBC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일밤의 신입사원도 그런 이유 중 하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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