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출연자, 제작진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해 만든 김종민 살리기는 결국 치명적인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배달의 기수가 노린 김종민의 배신자 캐릭터 잡기는 분명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적어도 배달의 기수 미션을 통해서 김종민은 오랜 병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다른 멤버들에 뒤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화면을 지배했다. 그러나 의도는 좋았으나 예기치 않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조작설인데 좀 엉뚱하게 음식값에 대한 논란이다.
이에 대해서 1박2일 이동희 CP는 “용돈 특혜 논란이라면 몰라도 조작설은 너무 하다”고 섭섭한 심정을 언론에 전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이승기에게 2만 원을 주고 1만 원밖에 안 준 것처럼 편집한 것은 조작보다는 은폐라고 해야 옳다. 이동희 CP 말대로 이승기에게 용돈 특혜를 줘왔다는 의심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사안은 조작이라는 단어는 맞지 않다. 특혜나 은폐 둘 중 하나거나 둘 모두를 적용할 일이다.
무엇이건 간에 이 일이 그토록 시끄러워질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누구 말대로 인기가 죄라면 죄인 셈이다. 그런데 조작설의 시작은 음식값이 아니었다. 설이라는 것이 만든 장본인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지만 이승기가 휴게소에서 구입한 음식 값이라는 것이 숨길 수 없는 것이라 그것에 대해서 논란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이 날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의심이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제작진과 다른 출연자가 누군가를 키워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적응하고,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각의 정글인 탓이다. 따지자면 김종민의 복귀 시점부터가 무리였다. 공익근무를 막 마치고 법원을 나온 김종민을 납치한 것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그것에는 한 가지 근본적인 전제가 있었어야 했다. 그렇게 다짜고짜 복귀하더라도 김종민이 바뀐 1박2일 아니 예능의 분위기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체 검증이 있어야 했다.
물론 제작진과 김종민 사이에는 적지 않은 논의가 있었을 것이며, 과거의 김종민이라는 선입견이 가득한 머리로는 다가올 변수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의 여행지와 프로그램 짜기에도 여념이 없었을 테니 설마 하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한 예감은 잘 맞는다는 노랫말처럼 설마가 사람 잡고만 케이스가 바로 김종민이었다. 복귀 후 제대로 입도 떼지 못하는 모습에 1박2일 팬들은 분노했다. 오죽하면 하차 청원까지 했을까.
겨울바다의 입수에 탄력을 받아 기획된 것이 배달의 기수, 부제 김종민 살리기 대작전이 된 것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너무 한꺼번에 멀리 뛰려고 했다. 사실 조작이라면 이승기에게 지급된 용돈이 아니라 다른 부분들이 훨씬 더 의심쩍다. 강호동이 애초에 달걀을 선택하고도 출발하지 않고 일부로 남아 김종민과 연대를 꾀한 것, 가평 휴게소에서 김종민이 달걀을 깨뜨릴 때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은 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의 여러 가지 부분들이 은지원답지도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조작이 아니라 단지 의심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보인 데는 분명 제작에 문제가 있음을 뜻할 것이다.
글을 정리하자면 지금 일고 있는 1박2일 조작설의 배경은 김종민 살리기에 대한 일종의 면역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백만 안티의 선두주자 김종민의 부활이 분명 원하던 것이지만 막상 현실로 벌어지니 그것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이 조작설 아니 1박2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일은 이처럼 노골적으로 한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도록 김종민이 스스로 더 잘하는 것이다. 강호동이 도와주지 않고, 은지원이 거들지 않더라도 다른 멤버만큼 할 수 있는 김종민이 되면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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