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로 지목된 조국 후보자를 흠집 내고자 하는 집단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그들에게 조국 후보의 흠결은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부조리와 비상식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의 당연한 책무다.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서울대 총학은 조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서울대 총학생회에서 낸 입장문이다. 기본적으로 서울대 학생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총학의 입장일 뿐이었고, 집회 역시 학생들의 의견과 상관없이 일방적인 진행됐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절차를 무시하고 인터넷 여론에 호도되어 서울대 학생 전체의 의견처럼 내보이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붙었다. 'K'라는 이름의 작성자가 올린 대자보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는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고 있지 않다.

조국 후보자에게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다면 아무리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 해도 법무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작부터 잘못되었는데 사법 개혁을 제대로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청문회가 제대로 개최되어 국민 모두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했지만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 집단의 행태는 본질만 흐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정말 당당한가, 우리가 조 후보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인가.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닌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했으며 모른 체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K'가 쓴 대자보의 핵심은 조국 후보자와 그 딸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아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외치는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시했던 언론들이 지금 촛불집회를 두고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 '청년들의 분노'라며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걸 두고 우리는 조금도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 없이, 그저 당당히 촛불을 들면 족한 것인가.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하고 모른 체한,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지금 우리가 드는 촛불이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냐. 우리에게 학벌 타이틀을 쥐어 준 현 사회 제도를 보다 철저히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촛불인가“

'K'는 사회적 문제에 침묵 혹은 방관하던 이들이 왜 이번 사태에는 분노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언론 역시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깊이 있는 보도와 변화에 대한 요구는 하지 않았느냐 질책하고 있다. 현재 언론이 쏟아내는 조국 후보와 딸에 대한 보도를 보면 과함을 넘어 광기에 가깝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수많은 또래 청년 노동자들은 허망하게 죽어갔다. 그때는 왜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청년 노동자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그저 노동자의 문제이고, 자신과 비슷한 환경과 과정을 지나온 조국 후보의 딸은 다른 것일까? 나보다 더 앞서 나간 것에 대한 분노인 것인가?

서울대 청소 노동자가 휴게 공간이라 할 수도 없는 곳에서 사망한 사건에는 왜 분노하지 않는가? 당장 총장을 만나 환경개선을 요구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서울대 전체가 나서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왜 그 노동자의 죽음은 남의 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총학이 아니라 서울대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었다.

"저 또한 조 후보자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 조 후보 딸의 용이했던 스펙 쌓기와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손쉽게 참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닌가"

"어떠한 학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에 편승해 마치 그것이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 양 호도하고 정당화해 집회를 개최하는 총학의 결정에 분명히 반대한다.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집회 주최를 결정한 총학생회장단의 진의에도 의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로운 청년 대학생들이 마침내 조국이라는 거악을 몰아내고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는 찬사를 얻고 나면 그것으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정말 안녕들 한 것인가?"

조국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면 물러날 수 있도록 정당하게 요구하면 된다. 청문회를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과연 정말 문제인지 실체를 규명하면 된다. 그 과정은 미뤄둔 채 그저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가 정상일 수 없다. 검찰 수사가 의외로 빠른 것과 관련해 사법 개혁을 언급한 직후 나왔기에 의도성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차지하고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수사해 잘잘못을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운영되었다. 과거와 같은 독재 국가도 아닌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자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할 수는 없다.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밝혀내면 그만이다.

서울대 K가 언급한 "우리가 외치는 정의가 포용하기 위한 정의인가 아니면 더욱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정의인가"는 중요한 화두다. 서울대를 포함한 소위 SKY라 불리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과거처럼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제도적 모순을 바로잡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한 자들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하다. '청년세대의 절망'은 소위 SKY를 다니는 학생들의 외침에만 방점이 찍히는 것인가? 몇백 명의 학생들이 모여 외치는 절망만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고민인가? 청년세대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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