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정병국(왼쪽)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끝내 임명됐다.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두 사람은 공식적인 장관 업무 수행에 돌입했다. 정 장관은 그나마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됐지만, 최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 보고서 자체가 채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됐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요식행위에 불과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두 사람 모두 해명된 의혹이 별루 없다. 청문회에서 새롭게 제기된 의혹은 차고 넘친다. 부동산 투기, 탈세 등은 공통된다.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민주당은 최 장관에 대해 "국민들 70%이상이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능력 모두 함량미달인 부적격 후보자임이 너무도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 역시 "부동산 투기와 주유비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에 대해 여전히 의혹이 해명되지 않아 장관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이 부적합하다"는 판정이다. 진보신당은 아예 이번 임명을 "국민에 대한 도전이자 대결 선포"라고 규정했다.

여론이 차가와도, 야당이 극렬한 반대를 해도 상관없다. 현행 법률상 대통령이 내정하면 사실상 그걸로 끝이다. 자진사퇴와 임명 철회 외에는 거스를 방법이 없다.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두고 실랑이를 벌여봤자 소용없다. 정치적 논란이 될 뿐, 그냥 임명해버리면 달리 방도가 없다.

언론 역시 검증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그나마 신문들은 인사의 적합성에 대해 정파적이나마 입장을 갖지만, 방송 뉴스의 경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의 공방식 보도로 검증을 접는다. 논란이 컸던 최 장관의 경우 방송 뉴스는 며칠 간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의혹은 '여야 간의 논란'으로 대체하고, 확인된 문제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지금같은 제도대로라면, 인사청문회는 차라리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다. 두 장관의 임명이 알려지자 한 트위터리안은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는 뭐 하러 하느냐"고 물었다. 비단, 대통령만의 오기, 정부 여당의 불통 문제는 아니다. 두 장관이 합의 없이 임명됐지만 별다른 간섭을 않고 있는 언론도 함께 답해야 할 문제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법을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핑계이되, 틀린 말은 아니다. 법을 고쳐야 할 국회는 매번 인사 때마다 날선 공방을 벌이지만 정작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진 않는다. '날치기'를 되풀이하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형편에서 요원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슬로건은 '공정사회' 그리고 '동반성장'이다. 대다수 시민의 상식에만 입각해있었더라도 최중경 같은 이가 국무위원이 될 수 있었을까? 미디어 법 처리에 앞장서며 친정부적인 서너 개의 매체에만 특혜를 몰아주는데 앞장섰던 정병국 같은 이가 말하는 '동반성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종편 사업자 선정하던 날 몇 달을 미루던 개각을 끼워 넣더니, 이광재 강원도지사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는 날에 맞춰 임명장을 수여했다. 정치 뉴스에 임명장 수여가 헤집고 들어갈 틈은 좁을 것이 틀림없다. 정말,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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