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영훈 전 서울대교수 등이 쓴 책 <반일 종족주의>가 논란과 함께 10만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일본 출간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반일 종족주의' 같은 책은 '극우도서'로 지칭해야 하고, 수용적 책읽기가 아닌 비판적 읽기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평론가는 반사회성 논란이 큰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상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대형 서점들을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28일 KBS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통화에서 식민사관을 담고 있는 <반일 종족주의>와 같은 책들의 출판과 일련의 반향에 대해 "화제성 그 자체가 화제가 됐다고 본다. 많이 팔린다고 해서 '좋은 책'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셀러 집계 1위에 오른 <반일 종족주의>. (교보문고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반일 종족주의>는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었다" 등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 진보·보수진영 인사들이 책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 오히려 광고효과를 얻어 판매량이 급증한 상태다.

김 평론가는 '극우도서'의 출판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오히려 극우도서들이 담고 있는 반사회적 내용이 출판을 통해 수면위로 떠올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출판의 자유는)민주공화정에서 기본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표현에 대해 책임지면 되는 것"이라며 "잘못된 시각이나 생각은 수면 아래 가려져 있을 때 더 위험하지, 수면 위로 올라오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극우적으로 편향된 말과 생각이 왜 나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독자는 바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반일 종족주의>논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대형 서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김 평론가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는 그 자체로 마케팅"이라며 "그런데 어떤 책이 반사회적 문제, 청소년 유해 문제 등이 있다면 상식과 통념에 근거해 베스트셀러 집계 같은 것은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판매는 하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서점이라는 공간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이지만, 일종의 사회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반사회성 논란이 큰 책을 이렇게 열심히 마케팅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한편, <반일 종족주의>는 일본 출간을 앞두고 있다. 뉴스1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일 종족주의>의 일본어판은 일본 우익성향 출판사 '문예춘추'와의 출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반일 종족주의>의 일본 출간에 대한 깊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평론가는 "이 책이 일본에서 출판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아베 정권 등에 잘못된 신호, 잘못된 근거를 줄 수 있다"면서 "아베 정권의 논리가 일본 사회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평론가는 "이 책이 일본에서 나올 때 '2019 한국 서점가 최고의 베스트셀러' 같은 카피로 표기돼 나올 것은 너무 자명하다. 일본 출판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마케팅 핵심 포인트"라며 "결과적으로 한국 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가 이 책의 일본 출판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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