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중인 한국 축구 대표팀의 기성용이 지난 25일 밤 일본과의 4강전 도중 선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뒤 원숭이 흉내 세리머니를 펼친 데 대해 일본 국민을 비하하는 내용의 인종차별적 세리머니라는 지적에 제기됐고, 이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산케이스포츠>는 27일 "기성용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이어 기성용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기장에 펄럭이는 욱일승천기를 본 뒤 내 가슴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선수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밝힌 사실을 지적하며 "기성용이 일본인을 향해 의도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세레모니를 펼친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언론 가운데서도 극우적인 성격을 띠는 <산케이신문> 계열의 스포츠지의 보도라는 점에서 기성용에 대한 징계 가능성에 대해 지나친 '오버 센스'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산케이스포츠>의 지적은 결코 터무니없는 허풍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만약 이번 문제를 일본축구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 아시아축구연맹(AFC) 또는 FIFA가 공식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보도대로 기성용의 세리머니가 일본 관중들을 겨냥한 것임이 인정된다면 이는 기성용에게나 한국 축구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만약 기성용의 골 세리머니가 인종차별적 골 세리머니로 인정된다면 대한축구협회가 이 문제로 벌금을 물릴 수도 있고, 다른 형태의 징계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 기성용 개인적으로는 AFC나 FIFA로 부터 내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 지역예선 출전을 금지당할 수도 있고, 그 이후까지도 국제대회 출전이 제한될 수도 있다.

기성용이 트위터에 언급한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기성용의 골 세리머니가 일본 관중을 의식한 행동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FIFA는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가 관중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내용일 경우 주심으로 하여금 해당 선수에 대해 경고를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하물며 골 세리머니로 상대팀 관중과 더 나아가 그 국가의 국민 전체를 비하했다면 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징계감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이 없는 '자기 합리화' 내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 정상참작의 여지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에서 열렸던 한일간의 평가전에서 박지성이 기가 막힌 중거리포 선제골을 터뜨린 뒤 별다른 제스쳐 없이 수많은 일본 관중들이 운집해 있는 관중석을 응시한 채 달리는 것으로 골세리머니를 벌인 것을 기억할 것이다.

기성용이 펼친 원숭이 세리머니와 비교한다면 아주 얌전한 세리머니였지만 일본 축구팬들이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관중석을 응시하는 박지성의 눈은 일본 관중들에게 '일본 축구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국 축구를 따라올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고 그와 같은 메시지는 너무나 명확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아울러 박지성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축구의 얼굴'로서 스스로의 품위도 지킬 수 있었고, 일본 관중들에게도 박지성에 대해서는 '얄밉지만 부럽고 존경스러운 존재'로 인식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에 비한다면 기성용의 세리머니는 그야말로 얻을 게 안 보이는 행동이었다. 물론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일본 관중이 경기장에서 흔든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격분했다고 하여 축구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대응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일본 관중의 그와 같은 행동을 지적하고 준엄하게 꾸짖었다면 어땠을까?

기성용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자신의 골 세리머니에 대해 빠르고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사과하는 것뿐이다. 스스로 억울한 마음도 들고 잘못한 일이 없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은 속으로 삭이고 일단 머리를 숙여야 한다.

축구협회나 조광래 감독, 그리고 박지성, 차두리 같은 대표팀 선배들이 기성용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축구협회 공식 해명 형식을 빌어 기성용의 사과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다려 본다. 기성용이 축구선수로서 국제무대에서 롱런하기를 기원하는 팬의 입장에서 드리는 고언(苦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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