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이 매번 욕들어 먹는 이유 중 하나가 ‘돈 되는 기사’ 즉 ‘상업적 기사 양산’ 때문이다. 미국에서 지금 한 창 선거가 진행이다. 힐러리와 오바마의 드라마틱한 역전과 재역전의 숨가쁜 레이스가 거듭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힐러리와 오바마의 ‘선거게임’을 재미있게 관전하고 있다. 왜? 한국언론에서 이들의 ‘게임’을 중계방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방송처럼 게임잡지처럼.

그래서인지 힐러리와 오바마의 정책이 뭔지는 잘 모른다. 우연히 스쳐지나가듯 미국 대통령 선거도 결국 ‘경제문제’로 집중되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간혹 눈에 띈다.

▲ 조선일보 1월29일자 20면

그런데 한국민의 입장에서 미국의 대선 결과는 ‘자의든 타의든’ 중요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 누가 결선에서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대한반도정책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대선은 공화당의 후보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힐러리와 오바마 중 민주당내 경선을 통과한 사람이 부시정권을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국 언론은 힐러리와 오바마의 정책 중 한반도 관련 정책에 주목해야 하고, 이를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데, 어찌 한국의 주류 언론들은 오로지 ‘게임’만 보이고 한반도의 운명을 일정하게 흔들 수 있는 한반도 정책을 보지 않을까. 미스터리 중 하나다. 파업을 하면 노동자의 몸부림과 교통 불편만 보이고 ‘왜 저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풀 수 없는 미스터리라면, 미국 대선에서 유력후보들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도 만만찮은 미스터리일 터.

결국 한국 주류언론은 ‘목마르면 니가 우물 파서 마셔라’식의 전형적인 ‘배쩨라 보도’에 우물 파기위해 이리저리 헤매다보니 드디어 물을 찾는다. ‘월간 말’ 2월호에 실린 ‘공화당에 맞선 힐러리와 오바마의 카드’라는 기사가 그것.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레이크 와일리에서 안찬모 온라인비 대표가 보내 온 기사를 발췌, 소개하고자 한다.

▲ 한국일보 1월26일자 8면
먼저 힐러리 측의 기본입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힐러리 측은 기본적으로 6자회담 등을 통한 ‘다자간’ 협의체가 대북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핵 실험 등이 북미간의 직접 대화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그는 유엔을 통한 대북 접근에도 회의적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의 안보문제는 결국 북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사가 간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다른 어떤 채널을 통한 대화나 타협도 무의미하다는 시각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쯤’에는 북한이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힐러리는 북핵 프로그램의 빠른 해결을 위해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양자회담에 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정리하면 힐러리는 다자간 협상, 유엔 중재 등 우회적인 협상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직접 양자 회담만이 해결책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오바마의 기본입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국제관계 현안에 있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오바마의 북핵 해결책은 다소 추상적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고수해 온 다자적 접근과 6자회담을 ‘임시방편’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주장하는 ‘북핵문제해결을 위한 국제연대’의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 실행방안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외교’가 그가 강조하는 내용이다. 한 토론회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주저 없이 밝힌 적이 있는 오바마는 미국의 대북 협상의지를 보여 줄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정상급 대화’를 꼽고 있다.”

정리하면 오바마는 ‘정상급 회담’이 해결책이라고 본다.

민주당이라는 틀에서 외교정책이 크게 다를 수 없다는 점에서 ‘북미양자협상’이라는 힐러리의 방안은 그 동안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내용을 일정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경우 북한마저 내놓고 요구하지 않았던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대북 돌파구를 직접 열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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