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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논리로 소비되는 조국 후보자 의혹자유한국당 장외집회와 ‘수꼴’ 논란, ‘정치적 순수성’ 집착하는 촛불 시위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8.26 09:34

[미디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는 이제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한 것 같다.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적합성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부적합’이란 답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조국 후보자의 딸 관련 의혹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는 자신의 딸과 관련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퇴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첫째는 조국 후보자의 사퇴나 지명철회가 정권에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안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들은 언론에 의해 상당 부분 과대평가되어 있으므로 ‘해명’의 기회가 주어지기만 한다면 여론 악화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청문회 일정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국민청문회’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달리 여당이 주장하는 국민청문회는 인사검증을 위한 법적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여당이 이런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조국 후보자가 공개적으로 직접 의혹에 해명할 수 있는 자리를 어떻게든 만들어 줘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9월 초에 법적으로 규정된 3일의 일정을 모두 채우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을 최대한 쟁점화 시킨 후에 인사청문회 일정에 돌입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주말 사이 장외집회에 조직력을 최대로 동원해 정권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 통합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겠다는 등의 발언도 했는데, 이 국면을 보수 대 진보의 단일전선 형성의 계기로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 전문 채널의 뉴스 프로그램 진행자를 맡고 있는 인사가 집회 참가자를 ‘수꼴’이라며 폄훼한 것은 좋지 않은 효과를 불러왔다. 이 국면을 ‘위선적인 꼰대 진보와 사회 정의를 요구하는 젊은 보수’의 구도로 만들려는 자유한국당 등의 의도에 동조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수꼴’로 지목된 인사는 자신이 부친을 일찍 잃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그런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란 말에 반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세번째),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당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文정권 규탄 광화문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대학에서 진행되는 촛불 시위에 대한 시각도 이런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인 듯 보인다. 촛불 시위의 제안자가 자유한국당과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편향이나 ‘순수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최근 특히 청년층의 ‘박탈감’에 대한 문제는 대개 이런 식의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는 ‘순수성’을 주장하는 시위 주최측이 참가자의 정치적 발언을 제한하거나 외부단체 등의 개입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라는 맥락에서 자유로운, 어떤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순수한 시민’의 문제제기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제기라는 행위 자체가 정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애초에 시위를 제기한 사람이 특정 정당이나 세력의 소속이라는 점 보다는 대중이 얼마나 호응하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주말 사이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젊은 층에서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여론의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따라서 이 상황을 보수 정치가 배후에서 조종하는 음모의 결과 정도로 규정하는 시각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기준에서 ‘우리는 정치적으로 순수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위 주최 측의 항변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으로 순수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순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서울대의 ‘2차 촛불 집회’를 주최하겠다는 서울대 총학생회의 경우 자신들이 이런 입장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서울대 학생사회가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화나 우경화라는 평가는 불만을 갖거나 문제제기를 하는 일 자체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 해법을 논할 때 필요한 것이다.

조국 후보자 관련 문제를 소수의 엘리트 기득권이 좌우하는 정치의 결과로 본다면 이에 항의하면서 진보적 대안을 실천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조국 후보자보다 기득권으로부터 더 자유로우면서 개혁적 의지가 충만한 사람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세울 것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국 후보자의 문제를 ‘위선적 386’이나 ‘강남좌파의 이중성’ 등으로 규정하면서 경쟁적 질서가 보다 심화된 사회를 요구하거나 “위선적이고 무능한 진보보다 솔직한 보수가 낫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라면 우경화나 보수화라는 규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이런 것보다는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개념을 활용하고 있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우경화나 보수화 등의 정치적 맥락이 갖춰지는 것 그 자체가 ‘죄’가 아님에도 이를 우려하는 것은 집회를 통한 요구라는 일의 ‘효용’을 저해한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 후보자 문제에 대한 항의를 재빨리 ‘수꼴’의 행태로 규정하고 싶어하는 것도 이러한 편가르기가 조국 후보자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준다. 이게 행위 동기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서로 명분을 도구적으로만 이용하는 이 상황은 우리 정치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다. 이 구도를 넘어서야 대안을 말할 수 있는데 여전히 갈 길은 먼 것 같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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