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 이용마 MBC 기자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23일 오전 상암 MBC 광장 앞에서 열렸다. 고인을 기리는 이들은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우리사회 시민과 약자를 잊지 말자던 그의 유지를 받아 들었다.

"용마형은 늘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이용마 기자의 동기이자 그의 삶을 지근거리에서 봐 온 김효엽 MBC 기자는 고인을 '늘 웃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세상은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고난도 피하지 않고, 늘 웃는 얼굴이었다는 것이다.

고 이용마 MBC 기자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이 23일 오전 상암 MBC 광장 앞에서 열렸다. (사진=MBC)

또 김 기자는 고인을 '늘 큰 원칙을 놓치지 않으려 한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권력감시라는 기자정신을 원칙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사회부 막내 시절 고인으로부터 들었던 말 한 구절을 소개했다. 다음과 같다.

"높은 자리에 있는 힘있는 사람들은 감출 게 많아 기자를 무서워한다. 반면 시민들은 감출 게 없기 때문에 기자를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많은 기자들은 힘있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하고, 시민들을 가르치려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민들의 말을 듣고 힘있는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일이다."

김 기자는 "우리는 용마형에게 빚을 진 게 아니라, 형의 꿈을 조금씩 나눠 갖게된 것이다. 목표를 잃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고 한 걸음이라도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준 것"이라면서 "우리도 형처럼 통 크게, 피하지 않고, 웃으며 함께 손잡고 나아가겠다. 지켜봐달라"고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이 살아생전 존경했던 원로 언론인 김중배 전 MBC 사장은 이 같은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장은 "'세상은 바꿀 수 있다', 이제 세상은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을 거쳐 마침내 '이제 세상은 바뀌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나는 당신의 영혼을 가슴에 묻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대의 영혼을 가슴에 심을 것이다. 그 씨앗을 살려내고 온 천지에 날려 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23일 고 이용마 MBC 기자의 시민사회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최승호 MBC 사장 역시 회사 구성원들을 대표해 고인의 유지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최 사장은 "'공영방송 MBC의 주인은 국민이다',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다', 2012년 파업 당시 노조가 내걸었던 구호는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의 작품이다. 우리는 이 슬로건 하나로 오랜 시간 시민들과 손잡고 언론개혁을 위해 싸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 사장은 "아이들에게 유언처럼 남긴 책에서 그는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을 것을 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얘기했다. 다시 복직한다면 다수의 시민과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면서 "그로부터 1년 9개월, MBC 사람들은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시민들의 신뢰를 되찾기에 부족함이 많다. 더 좋은 방송 만들겠다. 용마씨, 자네 뜻을 끝까지 포기않고 노력할게"라고 힘주어 말했다.

23일 고 이용마 MBC 기자의 영결식에 앞서 유족들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MBC 보도국을 도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MBC)

이용마 기자는 1969년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전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거쳐 1996년 MBC 기자로 입사했다. 보도국 사회부, 문화부, 외교부, 경제부, 정치부, '시사매거진 2580' 등을 두루 거쳤다. 2011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을 맡았으며 당시 MBC 파업 직후인 2012년 3월 5일 '회사질서 문란'을 이유로 부당해고됐다. 해직기간 중이던 2016년 복막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 체제 MBC에서 복직되었으나 병세악화로 지난 21일 작고했다.

아래는 '참 언론인 고 이용마 MBC 기자 시민사회장' 장례위원 명단.

·유족 : 부인 김수영, 자녀 현재, 경재
·고문 : 김중배, 백기완, 김종철, 이부영
·공동장례위원장 : 오정훈(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최승호(MBC 사장), 정규성(한국기자협회 회장), 정연우(민주언론 시민연합 상임대표), 안형준(방송기자연합회 회장), 최성주(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김명환(전국민주노동조합총 연맹 위원장), 박석운(한국진보연대 대표), 권태선(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공동집행위원장 : 송현준(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조능희(MBC 기획본부장),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이태호(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윤용배(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호상 오동운(언론노조 MBC본부장), 정영하(MBC 정책기획부장)
·집행위원 : 언론노조, MBC본부, MBC, 민언련, 언론연대, 기자협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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