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죠?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유쾌하지 않은 소동극이지만 스타와 소속사, 혹은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의 갈등이 일어난 것이 이번이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닙니다. 뭐 이유야 여러 가지입니다. 그 갈등의 원인이 재계약 시점에서의 소속사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팀 붕괴라든지, 수익 구조에 대한 불신이나 실망 때문이던지, 향후 매니지먼트 방향에 대한 이견이라든지, 소속사에 비해 너무 떠버린 스타의 변심과 각종 영입 경쟁에 의한 유혹 때문이라든지,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과 오해라든지. 각각 표면적으로든 아니면 실질적으로든 싸우게 되는 이유야 많습니다만 이젠 이런 식의 갈등은 매달 한 번쯤은 터지곤 하는 흔한 스토리입니다. 결론이야 서로가 타협점을 찾는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한쪽이 처참하게 무너지거나 같이 망해버리는 진흙탕 싸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리 새로울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 반복되는 돌림노래이죠.

그런데 이번 카라와 소속사 DSP의 갈등은 너무나도 유별나고 꼴시럽고 특이합니다. 서로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조건이 모두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에 상호간에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말하지 못한 사연은 또 얼마나 숨겨져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누구의 말이 옳고 정당한지, 어떤 이들의 편을 들어야 하는지도 사실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첨예하게 상대방을 향해 날선 공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현명하고 올바른 태도는 섣부르게 한쪽을 지지하는 것보다는 점점 더 드러나는 ‘사실’들을 확인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이들의 싸움에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판단 이전의 것입니다. 알면 알수록 짜증과 한숨만 나오는, 정말 이런 상황에서 용케도 카라가 존속해왔구나 싶은 암담함의 발견이죠. DSP는 생각보다 훨씬 더 무능한 기획사였고, 그녀들의 부모측은 준비나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판을 키워버렸고, 이 사건이 해결되든 말든 자기들 하고 싶은 말들만 늘어놓는 참견쟁이들은 너무나 많아요. 이런 것들이 뭉치고 뭉치면서 해결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지고만 있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카라의 부모님들이 DSP에 제기한 문제들, 제대로 된 관리를 해달라는 요구사항만 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미 진출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일본 활동을 위해 이제야 일어가 가능한 스텝을 요청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현재 DSP의 가장 핵심적인, 실질적으로 유일한 재원이라고 해야 할 카라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매니저 팀이 없다는 말은 또 뭔가요. 병상에 있다는 본 대표의 행방은 묘연하고 경험 전무의 부인이 대표로 들어선 것은 무엇이고, 기존의 관록 있는 이들이 회사를 떠났는데 이를 보충할 만한 인력 투입이 부족했다는 것은 또 어떤 말이구요. 점점 짧아지는 아이돌의 위태위태한 유통기한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부모들에게 과연 이런 기획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부모들의 대응은 또 뭐랍니까.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나오는 대리자들과 부모님들 각자의 말들 속에서 정작 멤버들 5명의 의견은 보이질 않습니다. 5명의 카라에 대해 말하지만 같은 불만에도 단일 대오를 갖추지 못하고 3대 2로 나뉘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치맛바람이다 과도한 애정이다 하며 배후 세력에 대한 의심은 끓이질 않죠. 게다가 이젠 엉뚱하게도 다른 기획사의 부대표를 공공연하게 후견인을 삼겠다는 괴상한 말만 하고 있으니 다른 맘을 품고 돈에 눈이 팔렸다 비난을 받는다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타협을 하고 요구사항을 관철시켜야 하는 상대방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태도와 감정적이고 소모적인 반응만이 가득한 의견 표시는 해결이 아닌 파국을 부를 뿐이에요.

그 와중에 문제 해결이 아닌 그저 자신들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그룹의 존속 여부에는 관심도 없이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연제협의 재를 뿌리는 문자 공개. 아무도 자격과 권리, 부탁을 하지 않았건만 엉뚱하게 끼어들어 소란만 키우고 있는 다른 기획사의 김광수 대표나 젊제연은 하고 싶은 말만 실컷 하는 입장 표명으로 그냥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죠. 해결이 아니라 문제만 잔뜩 만들고 오히려 그녀들을 본보기로 삼아 따끔하게 혼을 내주는 것이 목적으로 보일 정도로, 이들 제3자들은 카라의 붕괴와 갈등을 즐기고 있는 것만 같아요.

모두 잘못되었다는 비겁한 양비론이 아닙니다. 좀 더 조심스럽게, 현명하게 풀 수도 있었던, 그래야만 하는 문제에 왜 이렇게 사공이 많고, 시끄럽고, 엉망인 싸움이 되어버렸냐는 불평과 짜증이죠. 사건의 진행 상황이 시시각각 언론에 공개되고, 이미지가 생명인 아이돌인 그녀들의 이미지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언론 푸시가 미미하기로 유명했던 카라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을까요? 긍정적인 타협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가 비밀리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보호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자 기본인데 전 국민의 구경거리가 되어 끝이 없는 진흙탕 싸움만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언론과 협조할 능력도, 여론을 움직일 의지와 역량도 없는 양측의 방임이나 무책임 하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 한 줄, 소식 하나에 따라 누구는 왕따, 의리녀, 사건 주동자 등등으로 탈바꿈하고 DSP는 무능한 기획사임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부모님들은 돈에 눈이 멀고 협상도 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아마추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설혹 극적으로 5명이 재결합해서 새 시작을 알린다 해도 이번 갈등으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아무것도 없어요. 쓸모없는 폭로와 트집잡기, 불필요한 감정자극, 답이 없는 갈등과 문제 만들기. 무난하게 잘 해결될 수도 있었던 카라의 계약 해지 요구는 이제 돌아오기엔 너무나 멀리, 이상하게 꼬인 엉망진창의 난제가 되어 그룹 존속과 생명력을 갉아먹는 진짜 위기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도 귀찮고 짜증이 난 지금, 전 그냥 이들 5명의 무대가 보고 싶은 것뿐이에요. 이런 식의 감정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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