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불을 뿜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조 후보자 본인부터 가족까지 의혹이 쏟아져 나온다. 그야말로 '조국 정국'이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 외에도 6명의 장관 후보자가 더 있다. 언론이 조 후보자에만 집중하다가 자칫 다른 장관 후보자 검증엔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국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마자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조 후보자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라는 사모펀드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정서를 작성했다. 캠코가 조 후보자와 조 후보자의 모친, 동생을 상대로 낸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12억원 가량을 연대해 지급하라는 판결문을 전달 받은 지 3일 만이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던 딸은 재학 중 2차례 낙제하고도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의 검증이 조국 후보자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문재인 정부 개각 명단에는 조 후보자 외에도 6명의 장관급 인사가 있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김현수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후보자 등이다.

19, 20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은 인사 검증 대부분을 조국 후보자에 할애했다. 19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최기영 후보자가 아파트 2채를 통해 최소 20억원 가량의 평가 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을 한 차례 전했을 뿐이다.

조선일보는 19일자 1, 3, 4면, 20일자 1면과 3~5면 대부분을 조국 후보자 검증에 할애했다. 중앙일보는 19일자 1, 4, 5면, 20일자 1, 3, 4, 5면을, 동아일보는 19일자 4면, 20일자 1~4면을 경향신문은 19일자 6면, 20일자 1, 3면을 통해 조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다뤘다. 대부분이 조 후보자 검증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만 한겨레는 조국 후보자 남동생 의혹을 단독보도 했지만 이를 19일자 8면에 배치했으며, 20일자 6면에 조 후보자 관련 보도를 배치했다.

청와대가 장관 후보자들을 내정한 8월 9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포털에 노출된 기사 수도 조국 후보자에게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8월 10일부터 20일까지(네이버 오전 10시 43분 기준) 기간 동안 '조국 후보자'를 검색하면 5541건의 기사가 등장한다.

반면 한상혁 후보자 관련 기사는 621건, 최기영 후보자 관련 기사 626건, 조성욱 후보자 관련 기사 408건, 은성수 후보자 관련 기사 741건, 김현수 후보자 관련 기사 425건, 이정옥 후보자 관련 기사 330건, 박삼득 후보자 관련 기사는 49건에 그쳤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에도 언론이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국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게도 언론의 검증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KBS는 한상혁 후보자 부당 소득공제 의혹과 최기영 후보자는 부실학회 논문 투고 의혹을 보도했다. 최기영 후보자는 장남 증여세 탈루 의혹도 받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조성욱 후보자는 정치권·감독기관 출신이 공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KDI, 노무현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은 후 예탁결제원, 한국마사회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은성수 후보자는 수출입은행장 등 공공기관 대표를 맡으면서 지난 3년 간 2000만원이 넘는 정치자금을 여야 의원들에게 기부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현수 후보자의 공무원 특별 분양으로 세종시에 아파트 분양권을 얻고 실제 한 차례도 거주하지 않은 '관사 재테크' 정황을 지적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이정옥 후보자에 대해 갭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 목동에 8억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보유 중인데 7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채무로 신고했다. 집값이 오르던 2017년 12월 1억2000만원을 들여 고가 아파트를 구매해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의혹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의 검증이 조국 후보자에게 집중돼 있다 보니 다른 후보자는 제대로 검증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 초래됐다. 물론 어느 후보자가 더 문제가 있다고 하면 비중을 둘 수는 있지만, 언론이 너무 한 후보자에게만 검증을 집중하면 다른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안 될 위험성이 있다"며 "인사청문 대상자 7명에 대해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언론이 조 후보자뿐 아니라 모든 후보자 검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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