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아픔을 딛고 생애 네 번째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 종합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규혁은 24일 새벽(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끝난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스프린트 선수권대회 이틀째 500m 2차 시기에서 34초77의 '코스 레코드'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데 이어 1,000m 2차 시기에서 1분09초48로 결승선을 통과, 6위에 랭크됐다.

전날 500m 1차 시기에서 34초92의 기록으로 1위, 1,000m 1차 시기에서 1분9초65의 기록으로 4위에 올랐던 이규혁은 이날 2차시기 기록을 합산한 종합 포인트에서 1위에 올라 지난 2007년(노르웨이 하마드), 2008년(네덜란드 헤렌벤), 2010년(일본 오비히로) 대회에 이어 생애 네 번째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의 왕좌에 등극했다.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은 이틀 동안 500m와 1,000m 두 종목을 각각 두 번씩 뛰고 나서 기록을 점수로 환산해서 종합 1위를 뽑는 대회로서 이 대회 우승자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로 인정받는다.

이규혁이 이런 대회에서 생애 네 차례나 우승했다는 사실은 한국 빙상 역사는 물론 세계 빙상 역사에도 멋진 한 페이지로 기록될 만한 업적이다.

특히 이규혁의 이번 우승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참담한 실패와 33세라는 나이에서 오는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이규혁은 어린 시절 '스케이팅 신동'으로 각광받으며 13살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이후 10여년 이상을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스타로서 숱한 국제대회를 제패했지만 유독 동계올림픽에서 만큼은 20여년의 5차례나 금메달을 향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작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생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동계올림픽 제패에 재도전했던 이규혁은 그러나 500m와 1,000m에서 모두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15위와 9위에 그쳤다.

물론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후 온 국민들은 이규혁의 도전정신에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이규혁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그 공허함을 채워줄 수는 없었다.

특히 밴쿠버 동계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이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규혁은 유독 올림픽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한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뗀 뒤 "시합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 500m를 하기 전에 선수로서 느낌이 있다.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 온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후 언론에서는 이규혁의 은퇴에 관한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은 이규혁이 조만간 현역 선수생활을 정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규혁은 결코 경기복을 벗지 않았다.

한국 빙상의 '불사조 이규혁에게 아직 날아가야 할 목적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밴쿠버 동계올림픽 실패의 아픔을 겪은 지 1년여 만에 33세의 스피드 스케이터 이규혁은 생애 네 번째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 자리에 우뚝 섰다.

이규혁은 작년 연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2011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내 여운을 남겼다.

“사실 많은 분들이 은퇴시기를 물어보는데 쉽게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겠어요. 아직 올림픽 메달도 없는데…. 지금 몸 상태로 봤을 때는 2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2014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가 너무나 강하게 묻어나는 말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이면 이규혁은 36세가 된다.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서는 물론 스포츠 선수로서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

하지만 지금 이규혁이 3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것인지 말지를 추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그에게 여전히 도전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이다.

다음 달 카자흐스탄에서 날아오를 불사조의 아름다운 비행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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