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의도적인 밀어주기입니다. 설정이 되었든 작전을 그렇게 짠 것이든 간에 2011년의 첫 녹화였던 이번 방송의 주인공 자리에 김종민을 위치시킨 것은 오랫동안 1박2일의 가장 아픈 구석이었던 그에게 확실한 지지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죠. 그 주체가 영리한 리더 강호동이였는지, 하다 보니 어찌되어 그림이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이심전심으로 협력하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에피소드가 되었던 늘 어정쩡하게 변두리에서 구경을 하던 김종민에게 갈등의 핵심 역할을 부여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고조시키고 마지막 반전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은 분명 의도적이에요.

그만큼 강호동이 김종민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고 음식을 차리고 숟가락까지 쥐어준 방송이었습니다. 강호동의 치밀한 이끌어줌에 따라 차근차근 수행하기만 해도 되는 어렵지 않은 미션이었어요. 만약 이번 주 역시도 이전에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것처럼 단독 과제로 김종민을 단독으로 떨어뜨려 놓았다면 이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혼자서도 충분히 강한 강호동이 굳이 김종민과 함께 연합 전선을 펼 이유도, 그 귀중한 계란을 그의 손에 쥐어줄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냥 늘상 하던 대로 혼자서 밀어붙인다고 해도 강호동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강호동에게 중요했던 것은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강원도 산골에서 야외취침을 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떨어지는 멤버를 어떻게든 정상궤도로까지 끌어 올리고, 그로 인해 전체의 균형을 맞추며 보다 확실한 웃음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그의 관심사이죠. 가끔은 그런 의도와 욕심이 지나쳐서 억지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조작이나 짜고치기의 의심을 받기도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어떻게든 방송 분량을 확보하고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1인자의 고민과 배려가 숨겨져 있어요.

그러니 김종민의 배신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강호동의 기가 막힌 어시스트 덕분에 만들어진 오랜만의 득점 장면이었다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것을 두고 김종민의 예능감이 살아났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그의 부활이 시작되었다고 기대감을 가지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에요. 확실히 이전엔 차려줘도 못 챙겨먹는 일이 많았기에 그 실망이 더 컸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번 주 만큼은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수근이 자신의 발을 청테이프와 비닐로 꽁꽁 감싸고, 퍼즐을 한땀한땀 챙기는 이승기나 사내 식당에서 주전자를 빌려와 상황 타개를 노리는 은지원처럼 날고 기는 상황극과 대결의 달인들인 1박2일의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김종민은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내고, 전체적인 흐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부분에서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부진은 강호동과 이수근이 함께 있을 때와 김종민과 함께 있을 때의 호흡만 봐도 금방 드러나는 사실이에요.

그렇기에 김종민의 예능감이 폭발했다고 하기보단 그냥 강호동이 알고 당해줬다는, 김종민이 활약할 수 있도록 다른 멤버들이 알아서 배려해줬다는, 그래서 노마크 찬스에서 한번의 슈팅이 오랜만에 골망을 갈랐다고 하는 게 정확해 보인다는 겁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해준 것이 기특할 정도로 김종민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상태라는 겁니다. 애초에 그가 투입되자마자 이런 식으로 밀어주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타이밍을 다른 멤버들의 하차와 탈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놓쳐 버렸기에 더더욱 노골적인 밀어주기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이런 식의 그림,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방심할 수 없는 배신자라는 캐릭터 설정이나 이를 위한 상황 구성은 본래 작년 그의 등장과 함께 집중적으로 부각되었어야 했어요.

그렇다해도 그나마 늦어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새해를 맞이하여 1박2일이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과제를 풀기 위해 이제야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요. 버리고 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혼자서 찾아먹기도 힘겨워 하는 일원이 있다면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응원해주고 지원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강호동의 알면서 당해주기처럼 말이죠. 김종민으로서는 이런 큰형의 희생과 도움, 그리도 다른 형제들의 배려를 생각해서 조금 더 분발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밀어주기도 한두 번이고, 희생타도 한계가 있습니다. 몇 번의 어시스트 뒤에는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해요. 이것이야말로 그에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받아먹기에만 익숙해지고 입만 벌리고 있는 멤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동료들의 도움과 지원 속에서 성장한 모습을 증명할 것인지. 김종민의 이번 주 활약보다 다음번의 모습이 더욱 주목되고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는 참고 기다려준 제작진과 멤버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직 너무나도 많아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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