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근거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에 직면해 기존 의지대로 시행하지 못한 '가짜뉴스 규제'를 시장을 앞세워 다시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여러모로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면서도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들의 일치된 평가가 보여주듯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가짜뉴스' 언급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은 자신들이 쓰는 것만을 뉴스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꼭 그렇게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면에서 좀 더 넓게 봐야 한다"며 '유튜브 영상'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물을 낳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경계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가짜뉴스'를 강조해 지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짜뉴스 관련)정부와 청와대가 지금까지는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격, 정부 정책에 대한 왜곡을 이야기 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을 꺼냈다"며 "어떤 식으로든 예전 '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 때 제대로 못했던 규제들을 이번에 시장을 내세워 단속·규제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가짜뉴스' 발언은 최근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사퇴, 한상혁 후임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발언과 맞물려 이전보다 강력한 형태의 '가짜뉴스 대책'이 정부차원에서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을 동반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상혁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고 말했다. 전임 이효성 위원장과 매우 대비되는 것"이라며 "이효성 위원장은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을 때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갈등이 있었고, 이번에 자진사퇴를 했는데 정부압력으로 사퇴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한상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강한 가짜뉴스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허위조작정보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지금 문제되고 있는 가짜뉴스 내지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는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며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 그리고 극단적인 혐오표현 이런 부분은 타국의 입법사례나 규제를 보더라도 타당성을 인정받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의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체계, 제도들을 정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가짜뉴스의 판단 주체를 정부로 보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부에서 한다 안 한다 이런 문제보단 어떠한 정보를 의도적 허위조장정보 또는 극단적 혐오표현이라고 볼지 정의부터 필요하다.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김 대표는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의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한명의 인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꼽았다. 허위조작정보 관련 주무부처는 방통위지만 법무부 역시 주요한 관련 규제 기관에 해당하고, 조 후보자가 학자 시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인물이기 때문에 조 후보자의 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학자로서 조국 교수는 이 같은 단속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다. 예를 들면, 2014년 저서 '절제의 형법학' 서문에 '형법을 통해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썼다"며 "학자로서의 소신과 정부 고위직으로서의 의무가 충돌할 수 있다. 어떤 쪽을 선택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검경에 엄정처벌을 지시하자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짜뉴스'와 관련한 신속한 수사 체계를 구축하고, 중대 사안은 고소·고발 이전이라도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인지수사' 논란을 빚고, 표현의 자유 후퇴 우려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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