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숙적 이란과의 2011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리, 51년만의 아시안컵 정상탈환을 향한 최대 고비를 넘겼다.

대표팀은 23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종료 직전 터진 윤빛가람(경남FC)의 왼발 중거리포 선제골에 힘입어 '지한파' 압신 고트비 감독이 이끄는 이란을 1-0으로 제압, 4강에 진출에 성공했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였고, 스코어 자체도 1-0 이라는 신승이었지만 선수 개개인의 실력, 경기 내용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축구가 이란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이래 최고의 완승이었다.

이번 이란전 승리는 한국 축구가 지난 1996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알리 다에이에게 무려 4골을 내주며 2-6으로 참패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 축구가 이란 축구에 지니고 있던 막연한 일종의 울렁증 같은 심리를 확실히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한 의미를 지닌 승리다.

▲ 2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스포츠클럽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이란 경기에서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영표 등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이란전 승리는 좀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대망'을 품고 있는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조광래 축구'가 드디어 그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그 첫 번째 결실이 바로 이번 이란전 승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생각하는 축구, 즐기는 축구, 점유율의 축구, 콤팩트하고 빠른 축구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제목을 붙여보자면 '한국형 스페인 스타일 축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조 감독은 그동안 훈련과 여러 평가전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축구를 실현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컵 무대는 그동안 조 감독이 진행시켜온 장기 프로젝트의 초반부 실험결과를 점검하고, 1차적 목표를 달성해 내는 그런 의미를 가진 대회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조광래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의 축구를 구현하면서 그동안 한국 축구가 아시아권에서 가장 껄끄러워했던 상대였던 이란을 상대로 내용과 결과에서 모두 완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조광래 감독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실험의 방식과 방향이 정확했다는 점과 그 결과 원하던 1차적 목표로 삼았던 결과물을 얻어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최후방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 까지 한국의 플레이는 간결한 패스를 통한 높은 볼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패스를 주고받는 두 선수 외의 제3의 선수가 공간을 찾아 파고드는 움직임과 플레이는 비단 박지성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모두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는 조광래호가 기술과 전술 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충분히 잘 준비가 됐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란전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 조광래 감독은 인터뷰에서 '합심과 조직력'을 주된 승리요인으로 꼽았다.

팀 스피릿과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조광래 축구'의 본질이며, 이날 경기에서 그와 같은 자신의 축구가 제대로 구현됐음에 만족감을 표시한 셈이다.

이제 조광래호가 한국 축구 역사에 51만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안기기 위해 남은 경기는 두 경기. 일본과 호주(또는 우즈베키스탄)를 넘어야 한다. 조광래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얻어내야 할 마지막 성과물은 뭐니뭐니해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다.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 '한국은 강팀이지만 우승은 못하는 팀'이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다. 이란, 일본, 호주라는 AFC 최정상의 팀들을 모두 넘어 얻어낸 우승 트로피는 한국 축구를 명실상부한 현존하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의 반열에 다시 올려놓을 것이다.

'토종 컴퓨터 링커' 출신의 조광래 감독이 이와 같은 위업을 달성해 낸다면 한국 축구사는 한국인 지도자가 월드컵 16강과 아시안컵 우승을 모두 이뤄내는 업적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 승리가 조광래 감독에게 가져다 준 선물이자 과제이자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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