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신설한 인물 다큐 <세 번의 만남>이 장재인을 택했다. DSLR로 촬영한 이 다큐는 어쩐지 일반 화면보다 훨씬 더 사진 느낌이 많이 났다. 그 속에서 장재인은 슈퍼스타K 때와는 다른 혹은 여전한 모습을 차곡차곡 담아주었다. 다큐팀은 장재인이 신데렐라인가 라는 질문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나중에 장재인 스스로도 아니라고 했듯이 그것은 아니었다. 혹시 슈퍼스타K에서 우승을 했다면 또 모를까 장재인은 적어도 아직은 신데렐라는 아니다. 그리고 영원히 신데렐라가 되어서는 안 될 가수다.

개인적으로 장재인이 없었더라면 슈퍼스타K를 그토록 열심히 지켜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재인 말고도 슈퍼스타K는 몇몇 주목할 만한 신인을 배출했지만 그 중에서도 장재인은 유난히 눈길을 끌었고 설레게 했다. 이제 이 글의 오래 고심한 제목을 설명해야 할 즈음이다. 장재인은 고작 21살의 풋내기다. 그러나 생물학적 나이와는 무관하게 장재인의 노래에는 6,70년대의 감성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묻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돌 음악의 지배에 신음하는 노래혼의 미래를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재인은 과거를 풋풋하게 담고 있고, 또 부활 혹은 과거의 계승이라는 점에서 오래된 미래라고 했다.

장재인의 노래에는 우드스탁의 냄새가 난다. 보는 입장에서는 세상에도 둘도 없는 난장판인, 그러나 그 시대를 추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축제 우드스탁. 우드스탁의 음악은 단지 노래에 그치지 않았다. 우드스탁으로 상징되는 당시의 음악에는 기성 질서에 대한 저항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 후로는 차츰 사라진 음악의 아우라가 있었다. 우드스탁 무대에 선 누구도 가벼운 이름이 없다. 우드스탁은 다시 열리지 않았고 그대로 전설이 되어버렸다.

1969년이니 21살의 어린 가수와는 시대적으로 대단히 동떨어진 이 우드스탁의 향수를 장재인이 끌어냈다. 지금 아이돌 가수들은 들어보지도 못했을 제니스 조플린도 그 무대에 섰다. 특히나 장재인에게서는 이 제니스 조플린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슈퍼스타K는 장재인에게 달콤한 노래를 강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달한 창법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내면의 폭발력을 감지케 했다. 그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제니스 조플린의 CRY BABY을 다시 듣게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장재인과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에 객관적인 유사성은 그다지 발견할 수 없다. 그렇지만 제니스 조플린이 당시의 여가수들 중에서 가장 유니크했었다는 점과 장재인이 현재 한국에서 그렇다는 공통점은 찾아낼 수 있다. 그렇다고 장재인이 한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고음에 유난히 환호하는 한국 대중의 취향에 장재인을 최고의 가창력을 가졌다고 말해봐야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한국 가요계는 이미 다양성을 잃었고, 아우라 없는 단순 재생산에 매몰되어 있어 한국 가요사에 유사한 가수를 찾기 어려운 이 독특한 가수를 수용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1월 14일 한 기획사와 소속 계약을 맺었고 그 대표인 작곡가 김형석은 장재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팝송을 부르게 되면 그 가수를 따라하게 된다. 그런데 장재인은 그러지 않고 그것을 완전히 자기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것은 슈퍼스타K를 통해서 분명하게 증명했다. 발라드 제왕 이문세의 노래를 부르면서 이문세를 완전히 지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장재인은 그렇게 했다.

장재인이란 가수를 말하면서 소속사 대표가 한 말이 일단은 신뢰를 갖게 했다. 그리고 기획사인 만큼 어느 정도의 대중성도 재인에게 부여해줄 것이다. 장재인에게도 성공이 필요하다. 아이돌 그룹이 아니고는 성공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이지만 장재인은 분명 비주류의 반란에 성공할 재목이라 믿고 싶다. 더 오래 장재인의 색깔대로 노래하려면 그녀에게도 성공이 필요하다. 너무 큰 성공도 그렇지만 실패도 사람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라질 21세기 후기에 이르면 또 어떤 가수가 등장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21세기 초엽에 만난 장재인은 어쩌면 21세기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가수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장재인은 과거이자 동시에 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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