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를 선정, 미디어생태계에 일대 혼란이 올 것이란 전망이 높다. 여기에 사업자로 선정된 신문사들이 요구하는 추가특혜가 관철될 경우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디어산업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곳은 PP업계라고 말한다. 종편은 의무송신의 지위를 가지고 있고 보도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즉 종편 4개 채널이 의무 편성된다는 것은 곧 기존 편성돼 있던 4개 PP는 편성표에서 빠져야한다는 의미다. 또 종편이 보도기능을 무기로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경우 타 PP의 광고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게 언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1월 19일 여의도에 위치한 CNTV 사무실에서 박성호 개별PP발전연합회 회장을 만났다ⓒ권순택

종편 특혜의혹이 난무하는 지난 11일 18개 중견PP들이 ‘개별PP발전연합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호 CNTV 회장은 “당초 많아야 2개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종편이 4개나 나왔다”며 “12월 31일 기분은 핵폭탄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성호 회장은 “케이블TV의 가입자 수가 1250만 가구에 스카이라이프와 IPTV 가입자를 더하면 2000만 가구에 동시에 의무편성 돼 종편은 지상파보다 상황이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기능을 가지고 있어 그 힘으로 광고를 수주한다면 광고시장의 쓰나미 현상이 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개별PP들이 모인 것은 생존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회장이 ‘12월 31일 핵폭탄 맞은 기분이었다’고 말한 것은 종편 선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존 방송법 시행령을 통한 MSP와 지상파PP 편성 상한선이 없어진 탓이었다. 박성호 회장은 “이 편성규제가 개별PP에 대한 마지막 지원책이었다”며 “점점 개별PP가 설 땅이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뭔가 생존적 차원에서 정책을 개발해 정부에 건의하지 않으면 이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여의도에 위치한 CNTV 사무실에서 박성호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또 하나의 대척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목표는 상생”이라고 강조했다.

“종편 4개 선정 발표되던 12월 31일 핵폭탄 맞은 기분이었다”

- 중견 개별PP 연합회 결성 배경을 설명해 달라

“우리의 요구는 그동안 방송문화 발전에 기여해왔던 개별PP를 봐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목표 역시 ‘상생’이다. 연합회는 MSP, 지상파 계열PP를 비롯해 공익·보도전문채널 등의 의무편성채널을 제외한 나머지 개별 전문PP들이 모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모이게 된 것 결정적인 계기는 방송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MSP(MSO+MPP)는 전체 방송채널 수의 35%이상을, 지상파 계열 채널은 20%를 넘을 수 없는 규정이 2010년 12월 31일자로 없어진 것과 4개의 종편 선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SO가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이 70개라고 본다면 그 중 MSP는 24개 이상을, 지상파계열 PP는 14개 이상을 편성할 수 없었다. 이 조항은 그동안 개별PP들이 케이블 편성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법이 없어진 것이다. SO의 입장에서는 이 규정이 사라졌으니 돈 되는 채널을 다 넣을 수 있게 됐는데 개별PP를 편성하겠냐? 개별PP의 설 자리가 제로가 됐다. 개별PP가 노출이 안 되면 존립근거 자체가 없어진다. SO에서 분배받는 수신료와 광고비로 먹고 사는데 채널편성이 되지 않으면 두 가지 항목은 사라진다.”

- 12월 31일자로 없어졌다는 편성규제는 왜 생겼나

“당초 케이블TV의 시작 자체가 채널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었다. 지상파와 같은 종합편성을 위한 게 아니라 전문적 장르를 위해 다양한 방송문화를 시청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004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형채널만 편성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편성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조항이 만들어질 때 2010년 말경에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하고 2010년 12월 31일로 유효기간을 뒀다. 물론 규제는 많으면 좋은 게 아니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런데 디지털전환율은 현재 20%밖에 안 된다. 연장할 필요가 있었다.”

- 방송통신위원회든 국회든 건의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때는 단체가 없었다. 그래서 12개 PP들이 연명을 통해 방통위에 건의문도 냈었고, 세미나나 공청회 등을 통해 개별PP들이 없어진다고 꾸준히 이야기를 해왔다. 큰 메이저 PP들의 입장에서는 규제가 풀리는 건데 당연히 규제 폐지가 원칙이라는 목소리를 냈고 정부에서는 우리들 목소리보다 규제폐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없어지게 됐다.”

- SO가 마음대로 편성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업계 움직임은

“현재 SO들이 올해 채널 편성을 하고 있는 중이다. PP는 1년에 한번씩 SO와 연초에 계약을 한다. 그런데 SO는 편성이 바뀌게 되면 방통위에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SO가 맘대로 편성을 바꿀 수는 없다. 변경된 것이 합리적인지,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는지 등을 따지는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다. 올해까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문제는 내년부터다. 종편이 방송을 시작하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라고 하니 회사를 어떻게 경영해야할지 비상이 걸린 상태다”

- PP협의회가 있다. 차이점은

“PP협의회는 개별PP만이 아니라 MSP, MPP, 지상파계열PP가 모두 포함돼 있다 보니 편성규제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PP협의회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사실 MPP쪽에서는 개별PP발전협의회가 만들어진 것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개별PP도 전문장르 채널로서 방송의 발전에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SSM도 문제가 되자 여야가 합의해서 규제 법안을 만들지 않았나. 그런데 이 미디어계에서는 규모의 경제만을 이야기하다보니 개별PP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일몰제가 마지막 지원이었다. 12월 31일 핵폭탄 맞은 기분이었다.”

▲ 박성호 CNTV 대표ⓒ권순택
- ‘종편’ 도입이 개별PP들에게 미칠 영향은

“앞서 이야기했듯 SO에 대한 편성규제가 12월 31일 없어졌다. 그 31일 종편이 나오는 날이기도 했다. 당초 많아야 2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4개나 나왔다. 종편은 단순히 채널 하나가 생긴 게 아니다. 사실은 지상파보다 센 채널이다. 종편은 출범할 때부터 케이블TV 1250만 가구, 스카이라이프 270만, IPTV 300만 가구 등 2000만 가구에 동시에 나가는 채널이다. 이는 SBS 출범 때와 비교해도 좋은 조건이다. 지상파보다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 않다. 간단히 말하면 지상파 채널 4개에 버금가는 4개의 채널이 생긴 것이지 일반 PP 4개가 생긴 것이 아니다. 그런데 광고시장 파이는 똑같다. 이 경우 광고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유치원생에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라고 해도 답이 뻔하다. 보도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그 힘으로 광고를 수주한다면 광고시장에 쓰나미가 오기 시작할 것이다. 개별 PP에 오던 광고량이 휩쓸리는 것 역시 당연하다. 때문에 종편의 출범은 개별PP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다. 또, 의무전송 종편이 4개 생겼으니 SO는 PP 채널 4개를 빼야 한다. 그런데 힘 있는 채널을 빼겠냐”

- 전문PP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들을 해왔나

“케이블TV가 시작되던 해의 채널을 보면 여성채널, 애니메이션채널, 낚시채널, 바둑채널 등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소위 특정 마니아층을 위한 채널이 바로 개별PP였다. 시청률이 높고 광고가 많이 붙는 영화, 오락, 스포츠만이 아니라 방송의 다양성을 위해 이런 채널들이 있었다. 낚시채널이 편성에서 빠지게 되면 어디서 볼 수 있겠나. 내가 대표로 있는 CNTV는 역사극전문드라마채널이다. 역사극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듯 마니아 층을 상대로 하는 PP들이 존재해야 정부가 이야기하는 글로벌미디어도 가능할 수 있다. 또 이런 전문영역의 채널들이 어울려 발전해야 방송문화의 다양성이 되는 것인데 이게 무너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정부 역시 실패한 정책이 되는 게 아닌가. 이렇듯 케이블 TV는 시청자에게 지상파와 다른 전문채널을 제공하자는 의지로 시작된 것인데 그게 경쟁으로 가다보니 전문성이라는 초창기 개념이 무너져 버렸다. 그래서 PP들 역시 시청률 위주의 폭력성과 선정성으로 가게 될지 우려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문채널은 시청률을 기본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 애초 특정계층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률을 기준으로 PP를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종편의 의무편성은 기존PP와 밸런스가 맞지 않아”

- 최근 특혜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종편의 의무편성은 기존PP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기존 PP들은 95년부터 열심히 일해 왔는데 갑자기 지상파와 맞먹는 채널인 종편이 나와서 이런 PP들의 자리를 밀어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종편에 의무편성을 주는 것은 맞지 않다. 기존PP들과 같은 선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종편의 경우 광고 직접영업이 아니라 미디어렙을 통한 판매로 가야한다. 보도권을 가지고 있는 채널이 직접 영업을 하면 생기는 폐해는 누구나 알지 않나. 압력이 작용할 우려가 높다.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이 되어야 그래야 공정경쟁이 가능하다. 셋째, 시청자가 내는 시청료 가운데 25%를 기존 PP들에게 배분했다. 그런데 종편에 이 수신료까지 돌아간다면 개별PP에게 돌아가는 게 뭐가 남겠냐. 의무 편성되는 등 정부의 보호를 받은 입장에서 수신료 배분까지 가져가서는 안 된다. 또, 종편에 황금채널을 달라는데, 현재 지상파 사이사이 번호에는 홈쇼핑채널이 들어가 있다. SO의 절대적인 수입은 바로 홈쇼핑이다. 만약 황금채널을 종편에게 배정하고 홈쇼핑채널을 따로 빼서 묶는다면 SO의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SO는 당장 적자다. 종편에게 지나친 특혜가 주어지면 SO도 피해를 입게 된다. 수입이 줄어들면 시청료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널연번제를 한다면 현실적으로 시청료를 지금의 3배는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다. 수신료 1000원 올리는 것도 힘들지 않냐. 황금채널을 종편에 준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어 보이고 오히려 종편을 묶어서 15번 이상의 번호에 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홈쇼핑채널연번제가 아니라 종편연번제다. 물론 그러면 종편이 가만있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종편은 정치적 이유였다는 의견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신문의 보수방송을 만들기 위해 종편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는 시각과는 입장이 다르다. 종편이 나오지 말아야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 아니면 둘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80점만 넘으면 다 준다고 해서 4개나 나온 것이 문제다. 정부여당은 시장에서 싸워 이길자는 이기고 죽을 자는 죽으라는 것인데, 현재 등록된 채널만도 244개다. 거기에 종편이 더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라는 말도 나오지 않나. 아마 선정된 4개 사업자도 바쁠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정치적 선정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된다”

- 개별PP발전연합회의 활동방향은?

“개별PP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아날로그 채널수의 20%를 의무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살아남을 터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20%를 수적으로 계산하면 70개 채널 중 12개 정도인데 많은 수가 아니다. 그 다음에 종편 미디어렙 통한 광고판매 의무화, 수신료 25% 배정의 재배치 등을 주장할 것이다. 또한 요구만 할 게 아니라 개별PP들도 나름대로 방송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개별PP들끼리 공동제작을 해서 콘텐츠에 투자를 할 생각이다. 앞으로 활약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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