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미래당 내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계를 향한 자유한국당의 '보수통합' 러브콜이 본격화되고 있다. 새누리당 시절로 돌아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적청산 등 혁신 없이 보수통합을 이룬다 해도 또다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17년 3월 24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여한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현 자유한국당 대표, 오른쪽)과 유승민 의원. (연합뉴스)

최근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통합을 설파하고 있다. 뉴스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경북 구미를 찾은 황교안 대표는 "온 좌파가 다 들고 일어나서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힘드니까 우리 안에서 서로 다툼과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런데 만약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냐. 3번 선거에서 진 것은 우리가 나뉘고, 분열했기 때문이다.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3년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다투고 분쟁해서 졌다. 이제 우리는 이런 과오를 다시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우리들의 대의, 1차적인 큰 목표는 총선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여러 가지 힘을 모아서 문재인 정부 폭정 막아내는 데 힘을 합하면 이긴다"며 "다음 대선까지 이겨놓은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려도 괜찮다"고 했다.

7일자 중앙일보는 나경원 원내대표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총선에서 서울에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 유 의원 좀 (우리 당에) 오라고 (언론이 얘기)하라"며 "와서 수도권 선거 좀 (한국당과) 같이 하라고 하라. (웃음)"고 했다.

▲7일자 중앙일보 24면 인터뷰.

나경원 원내대표는 '유승민 의원과 통합하는데 반발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것(유승민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총선 승리에) 보수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나. 조금 차이가 있다고, 또 얘는 요게, 쟤는 조게 맘에 안 든다고 내치면 안 된다. 전부 결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통합의 대상으로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이 정리가 돼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나가야 정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전 대표를 통합 대상으로 포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까지 (포함해 통합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보수통합을 이룬다 해도 보수결집 수준의 양적통합에 머물 것이란 지적이다. 보수1당 한국당의 인적청산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을 이룬다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 2년여가 흐른 지금 한국당 지도부는 친박계가 장악한 상태다.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도 녹록치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통합의 대상으로 지목한 유승민,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유 의원은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다가,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내분을 불러일으켰다. 안 전 대표의 경우 지방선거 참패 후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독일로 떠난 후 별 다른 소식이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당을 보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혁신, 청산, 성찰이 거의 없었다. 대표만 바뀌었을 뿐 탄핵 전후 한국당과 질적·양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라며 "바른미래당으로 가보면 유승민,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그렇다면 탈당했던 의원들이 복귀하는 양적통합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 없이 통합이 이뤄질 경우 국민들에게 또다시 심판 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른 2차례 선거에서 모두 참패했다. 국민이 원하는 인적청산을 이뤄내지 못한데다, 색깔론에 매몰된 구태 등이 참패의 이유였다.

엄경영 소장은 "통합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통합을 하느냐"라며 "통합 과정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지금 얘기하는 것은 그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보수통합이 되려면 인적청산과 이념좌표에서 좌클릭을 통한 중도화가 필수"라며 "이런 조치 없이 통합하면 중도확장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탄핵 이전의 한국당의 모습에 그칠 것이고, 국민들은 한 번 더 심판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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