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본 딴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해 대법원이 국내 수입을 허용을 결정하면서 수입 찬반 논란이 거세다.

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며, 개인의 성적 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법적 판단을 떠나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문제를 정당화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리얼돌 국내 수입을 허용한다는 2심 판결을 확정했다. 해당 재판의 시작은 2017년 한 성인용품 회사가 인천세관으로부터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세관의 처분이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한다고 판단,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1심 판결을 뒤집었고,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 확정 판결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26만여명의 동의를 얻는 등 수입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본 딴 리얼돌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리얼돌 수입·판매로 성범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 리얼돌의 얼굴을 주문자가 원하는 얼굴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대법원 결정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청하는 청원이 26만여명의 동의를 얻는 등 수입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리얼돌 수입·판매는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서 부대표는 "여성의 존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결정이다. 리얼돌은 단순히 여성을 재현해서 만든 것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존재가 남성의 성욕을 풀기 위한 존재로 치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라는 것에 대해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여성에 대한 인격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찬성하는 입장에선 리얼돌이 오히려 남성의 성욕 해소 도구로서 성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서 부대표는 "성매매 합법화와 유사한 논의 같은데,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성매매를 합법화한 지역의 성폭력이 증가한다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며 "여성을 거래 대상으로 보고 폭력과 혐오에 둔감해지게 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을 때에는 성폭력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얼돌이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주문자가 원하는 얼굴로 리얼돌이 제작된다는 사실에 대해 서 부대표는 "여성들이 내 얼굴을 가진, 같은 위치에 점이 있고 상처가 있는 그 인형이 자위기구로 사용되는 게 합법이라는 것이 너무나 불쾌하고 폭력적이라는 감각을 청원을 통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지점도 문제적이지만 그런 지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리얼돌의 존재 자체가 문제"라고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편, 리얼돌 수입 논란으로 아동복제 리얼돌에 대한 문제점이 함께 부상하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리얼돌 유통·판매를 허용하는 해외국가들 중 호주·영국 등 일부국가에서는 아동복제 리얼돌 판매·소지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리얼돌에 대한 법적 규제근거가 없어 단순 리얼돌 뿐만 아니라 아동복제 리얼돌, 지인이나 연예인의 얼굴을 본 딴 리얼돌 등 현재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리얼돌들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한국은 리얼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수입유통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이미 수입이 금지되던 시기부터 리얼돌 자체제작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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