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능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46.7%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년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는 야당후보에 투표하겠다는 대답이 36.8%,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단 대답은 35.4%로 야당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유례없이 높고, 박근혜 의원의 대세론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기존 여론 조사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주자인 정몽준 의원의 싱크탱크격인 아산정책연구원(www.asaninst.org)이 실시한 것으로, 지난 11일~17일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응답자의 44.4%가 긍정적, 46.7%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 주목할 만한 것은 20~30대의 경우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60%대에 달했다는 점이다. 60대 이상에선 부정적이란 평가가 21.7%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응답자들은 잘못한 분야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25.5%), 남북관계 및 안보(21.6%), 소득 재분배 등 복지(20.0%), 민주주의 발전(17.7%) 등을 꼽았다. 각 분야에 걸쳐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당선 배경이 됐던 경제 분야에 대한 실망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아산정책연구원은 “현재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대세론을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과 그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라며 “야당 측에 대항마로 나설 만한 정치인이 부각되지 않았고 대선 시 후보 단일화와 같은 야당간 연합전선이 구축되는 경우를 고려하면 박 전 대표나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를 낙관하기 이르다”고 전망했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와 마찬가지로 대선 투표 의향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은 50, 60대에서만 앞섰을 뿐 20~40대는 모두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정책의 실패와 남북관계 경색으로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급격히 노년층 중심으로 협소해지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아직 야당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미 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높아 이명박 정부 3년에 대한 사회적 염증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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