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 중구청이 22개 대로변 가로등에 ‘노 재팬’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철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을 동일시해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시민들의 우려 때문이다. 민간 영역에서 진행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활용하려다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서울 중구청은 6일 서울시청과 명동·청계천 일대 가로등에 일본 제품 불매와 일본 여행 거부의 뜻을 담은 ‘노 재팬’ 깃발을 걸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이라면서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함께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협력·동참하겠다”고 했다.

▲서울 중구 시청 일대에 걸린 노 재팬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청와대에는 <서울 한복판에 NO Japan 깃발을 설치하는 것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나는 불매운동에 대해서 찬성한다”면서 “하지만 서울 중심에 저런 깃발이 걸리면,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모두 불쾌해 할 것이고 일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 시작 하루 만에 1만 8천여 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6일 서울 중구청 참여마당 게시판에는 ‘노 재팬’ 현수막 설치에 항의하는 게시글이 수백 개 올라왔다.

부정적 여론이 일자 서양호 구청장은 ‘노 재팬’ 현수막을 철회하기로 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6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매운동을 국민의 자발적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은 자당 국회의원들에게 “최근 한일갈등에 관한 대응은 총선에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역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한 원칙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보내 논란이 일었다.

▲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게시판. 노 재팬 현수막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서울 중구청 홈페이지 캡쳐)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