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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꿀잼 ’왓쳐’-‘지정생존자’-‘미스터 기간제’, 범인은 누구일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8.05 18:14

[미디어스] 한류를 선도했다던 드라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청률이 7%대만 돼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즈음, 각 방송사들은 적자를 이유로 드라마 제작 편수를 줄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차라리 과거에 만들어진 드라마를 방영하는 게 시청률이 더 나올 거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최근 드라마들의 완성도가 이제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비록 시청률에서 미흡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들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 드라마들은 한결같이 특정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해 가는 장르물로 시청자들은 매회 엎치락뒤치락하는 범인 찾기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주인공이 범인? <왓쳐> 

OCN 토일 오리지널 ‘WATCHER(왓쳐)’

드라마의 시작은 어린 영군이었다. 그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칼에 찔려 죽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머니를 찌른 칼을 든 아버지가 있었다. 아니 영군은 그렇게 믿었다. 영군을 담당했던,  의욕이 앞섰던 검사 한태주(김현주 분)가 영군의 증언을 독려했고, 아버지의 후배 형사인 도치광(한석규 분)은 아버지에게 가장 불리했던 증거인 피 묻은 잠바를 찾아냈다. 그리고 영군의 증언과 도치광이 찾아낸 증거로 아버지 김재명(안길강 분)은 감옥에서 15년을 살았다. 

그리고 15년 후, 아버지를 감옥에 보낸 도치광과 이제 경찰이 된 영군(서강준 분)이 비리 수사팀으로 만났다. 시작은 경찰의 경찰, 경찰 내부 비리수사였지만, 그 과정에서 15년 전 영군 모의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자신이 본 것이 과연 진실일까가 내내 미덥지 않았던 영군. 자신이 맡았던 그 사건이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의혹으로 인해 손가락과 남편을 잃은 한태주. 그들은 각자 개인적인 의도를 가지고 수사팀의 일원이 되어 과거를 헤집는다. 

그렇게 <왓쳐>는 수면 위로 올라온 과거 사건의 범인들을 하나씩 찾아 나선다. 비리와 가장 어울릴 듯한 장해룡(허성태 분)에 대한 의혹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뜻밖에도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그 '의심'의 시선을 팀장 도치광에게로 향한다. 영군이 잊었던, 그날 세탁기에 아버지의 잠바를 넣은 사람. 그리고 가장 정의로운 듯하지만, 비리의 핵심인 재벌회장의 '개'라던 사람. 심지어 장해룡은 대놓고 말한다. 자신에게 향했던 그 의혹의 화살, 그 방향을 바꾸어 놓고 보면 도치광이 범인인 게 자명하다고. 

경찰 내부 비리를 밝히겠다는 수사가, 사실은 자신의 과거를 덮으려는 또 다른 범행일 수 있다는 의심은 <왓쳐>에서 매혹적으로 풀어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 속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말이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은 그 누구하나 '단선적인 캐릭터'가 없다. 모두가 의뭉하게, 보여지는 것과 다른 속내를 숨기고 있다. 

10회, 비로소 백송이 사망 위장 사건을 통해 도치광의 속내가 드러나고 혐의에서 한 발 비껴선다. 하지만 도치광이 비껴서자마자 나머지 인물들이 또 다른 의뭉스런 속내를 드러내며 용의자의 선상에 줄을 선다. 이젠 영군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자 했던 한태주조차 믿을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왓쳐>, 결국 시청자들은 안달복달하며 다음 회를 기다린다.

원작과 다르네? <60일, 지정생존자>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이미 <넷플릭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지정생존자>가 리메이크된다 했을 때 그 자체로 갑론을박의 대상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 유고 시의 사건을 다룬 이 드라마가 과연 다른 조건의 제도를 가진 한국적 상황에 어울릴 것인가부터, 시즌 1 중반부에 이르러 이미 드라마적 동인이 한결 떨어졌던 드라마를 리메이크했을 때 과연 재미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임을 <60일, 지정생존자>는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미국과 다른 정치적 상황을 남과 북의 대립이라는 긴장감 있는 지정학적 조건으로 치환시키고, 거기에 미국 내 소수 인종의 이야기를 우리나라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외동포의 문제로 풀어내며 '한국적'인 상황에 걸맞은 서사로 안착시키고 있다. 

특히 키퍼 서덜랜드라는 배우에 의지했던 대통령 캐릭터는 지진희를 통해, 때로는 답답한 듯하지만 북한 잠수함 위기에서 데이터를 차분하게 분석해 상황을 돌파하듯 학자 출신의 원칙적이면서도 강직한 모습을 부각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에 이제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미드에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얻었던 범인, 배후와 달리 한국판 <지정생존자>는 원작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과연 누가 범인일까를 두고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국회의사당 폭파 사건에서 살아남은 오영석(이준혁 분)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을, 백령해전에서 살아남았지만 국가와 국민들에게 응분의 '존중'을 받지 못해 뒤틀려버린 '테러 집단'으로 설정하여 개연성을 살렸다. 또한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드와 달리, 그들 뒤에 합참의장의 권한조차 좌지우지할 청와대의 그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대통령의 최측근 중 과연 누가 범인일까를 두고 드라마적 긴장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위기의 순간, 박무진 대통령 권한대행 곁에서 헌신적으로 그를 지탱해줬던 한주승(허준호 분)과 차영진(손석구 분), 과연 그들이 테러의 배후일까? 그 의혹을 풀어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60일, 지정생존자>이다. 

누구도 범인일 수 있는? <미스터 기간제>

OCN 수목 오리지널 <미스터 기간제>

상위 1%만 가는 명문사학 천명 고등학교, 그곳에서 여고생 정수아가 살해당하고 같은 반 남학생 김한수가 용의자로 몰렸다. 수임 사건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송하 로펌의 에이스 기무혁은 로펌 대표로부터 적당히 형량을 조절하라는 청탁을 받고 사건에 임한다. 하지만 로펌 대표의 말과 달리 욕심이 앞섰던 기무혁은 법정에서 김한수의 무죄를 주장, 이를 위해 정수아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접대를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려다 김한수가 반발, 이어진 자살 시도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간제 교사 기강제로 천명 고등학교에 잠입한 기무혁. 명문 사학이라는 번드르르한 외양과 달리, 학교 안에서는 상위 1% 학생들의 커넥션과 갑질이 횡행하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사회적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에 대한 학대에 가까운 차별이 게임처럼 벌어지는 걸 목격하게 된다. 

학교 옥상에서 벌어진 사배자 안병호를 상대로 한 일방적인 폭력 게임을 시작으로 <미스터 기간제>는 학교 안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학폭을 둘러싼 학생들의 갑을관계와, 학교 교육은 서비스라는 마인드로 편법과 부당 학사관리를 자행하며 돈 있고 권력 있는 학부모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재단의 비리가 쌍두마차처럼 벌어지는 '정글'같은 천명고를 기간제 교사로 온 기강제를 통해 조명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상위 1%라는 학교 안 권위에 기대어 정수아를 괴롭혔던 학생들의 민낯을 한 명씩 파헤쳐가는 동시에, 천명고 행정실장 이태석(전석호 분)을 중심으로 정수아의 스폰, 그 실체에 다가간다. 실체에 다가갈수록 모두가 '공범자'이자 '가해자'임이 드러나는 명문사학, 그 전모가 드러나는 파멸의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SKY 캐슬> 등을 통해 비리로 범벅된 명문사학의 사례는 이제 클리셰와도 같지만, <미스터 기간제>는 기간제 교사가 된 변호사가 풀어내는 사건의 시점과 거기에 매력적인 빌런으로 등장하는 학생과 학교 측 관계자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장르물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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