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의 숙원이었던 '첨단재생의료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 이하 첨생법)이 여야 이견 없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제2의 '인보사 사태'를 우려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높다. 줄기세포·유전자세포 치료제 등과 같은 재생·바이오 약품에 대한 허가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첨생법의 통과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비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첨생법을 통과시켰다. 첨생법은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합의로 비쟁점법안들과 함께 일괄처리된 만큼 곧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첨생법은 시민사회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비판받고 있다. 첨생법은 기존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혈액관리법 등으로 나뉜 바이오약품 규제를 일원화하고 재생의료 임상연구 허가기준 완화, 재생의료 안전성·유효성 평가 완화, 바이오의약품 신속 심사 및 조건부 허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이다.

첨생법은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 검증 기준을 완화해 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으로 실제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4월 법사위에서 '안정성 우려는 있지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측면도 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은 문재인 정부의 중점 과제 중 하나다.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관계자들이 7월 16일 국회 앞에서 문재인 정부 의료 민영화 법안 국회 통과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첨생법이 지난달 17일 법사위 법안심사제2소위를 통과했을 당시 무상의료운동본부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이 법은 의약품 허가제도를 더 부실하게 해 가짜약을 부추기는 '인보사 양산법'"이라며 "인보사로 4000명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와 입법기관이 이 같은 재난을 반복시킬 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전 국민의 울분과 분노를 낳을 사안"이라고 규탄했다.

첨생법 통과 가시화에 대해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국민 생명권 위협 우려는 물론,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없어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처장은 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단 효과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런데 임상시험을 면제해주고 상업적 시판을 하더라도 이 제품들이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 허가될 수 있는 조건은 안 된다"며 "어차피 내국인용이다. 외국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약품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 등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데 국내 시판 촉진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첨생법은 수출 등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정 사무처장은 "코오롱의 '인보사'를 보더라도 인보사의 어떤 제제를 2017년 일본의 '미쓰비시다나베'가 4천억 수출 계약했지만 그 당시 다 취소가 됐다. (인보사 사태가)밝혀지고 나서도 아니다"라며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 상황에서 출시되는 약품들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살 거라고는 거의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사무처장은 "(첨생법 통과 이후)만약 효과가 있는 약품이 나오더라도 사실상 우리 국민들이 임상시험 비용을 호주머니에서 대는 셈"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만 좋은 법안이지 국민들은 사실상 '마루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사무처장은 침생법 통과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징벌적 제재 조항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정 사무처장은 "규제를 완화하고, 인보사처럼 허가사항 외의 제품을 만들었을 때 문제제기가 필요한데 이 법안에는 이런 탈법과 불법에 대한 징벌적 제재 조항이 없다"며 "이 부분은 꼭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