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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조국 폴리페서 비판’에 대해교수의 사회적 역할 기준 논의보다 정치적 견제 목적…지금 논쟁 구도 속에선 정치적 맥거핀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8.02 08:56

[미디어스] 조국 전 민정수석은 이 정권의 확실한 정치적 씬스틸러인 듯 하다.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여론의 중심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서울대에 조국 전 수석의 면직을 통보하면서 복직이 된 것만으로도 보수언론 지면에 난리가 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앙가주망은 지식인의 의무”라는 조국 전 수석의 항변은 일리가 있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학자가 ‘학문적 중립’을 표방하면서 기득권에 복무하는 학자보다 우리 사회에 도움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여기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학생들이 교수가 학교를 장기간 비우는 일을 비판하고 조국 전 수석이 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직무 수행 역시 학자로서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답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학내 문제’에 해당한다. 교수의 역량과 강의 수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내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입장을 갖는 것은 매우 권장되는 일이지만 ‘효용’보다는 윤리적 판단을 앞에 놓았으면 한다. 여기서 ‘윤리적 판단’이란 교수가 사회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는 일일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조국 전 수석이 과거 ‘폴리페서’를 비판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교수직을 유지한 채 공직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런 주장은 사실왜곡에 가깝다.

조국 전 수석이 쓴 모든 글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2004년 서울대학보 대학신문에 쓴 글을 보면 교수가 자신의 정치관에 따라 사회참여 활동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권장된다고 썼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문제삼은 것은 교수의 정치활동 자체가 아니라 본격적인 ‘정계진출’ 시도에 관한 것이다.

조국 전 수석이 2008년에 서울대 측에 건의문의 형태로 제기한 것도 교수가 직을 유지한 채 정계진출을 선택하는 경우 여러 제한을 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 모 교수가 교수직을 유지한 채로 한나라당 지역구 선거 후보로 활동하기 위해 육아휴직계를 내는 황당한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보수언론은 조국 전 수석이 마치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교수들의 시도가 잘못됐다고 한 것처럼 왜곡된 전제를 깔고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문제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이 선출직이냐 임명직이냐에 있다고 본다면 이는 사태를 지나치게 단순화 시킨 것이다.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라도 경우에 따라 달리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교수직을 유지하는 일이 ‘폴리페서’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앞서 ‘학내 문제’의 차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런 행위가 정파적 공정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7월 26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은 어떤 자리인가? 청와대 민정수석의 일이라는 것은 정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보다는 정파성이 옅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참모이며 법적 판단과 함께 정무적 성격의 조언을 함께 해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단순히 법무부 장관 등의 직을 수행하는 것보다는 좀 더 정파성이 강한 직책으로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조국 전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 것이었다면 논란은 덜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는 조국 전 수석의 사례가 ‘폴리페서’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일과 같은 기준으로 논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법 제도는 교수가 본격적으로 정계 진출을 할 때에는 직을 내려 놓도록 돼있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장관직 등을 수행할 경우에는 오히려 휴직 등의 방식을 통해 교수직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리돼 있다. 그러나 이런 법 제도가 보장하는 것과 별개의 차원에서 사회적 기준을 세우고 이를 관례로 만들어 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로지 정치혐오를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다루거나 혹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만 대응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만일 조국 전 수석이 총선에 출마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런 논의도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조국 전 수석이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과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나눈 대화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우규 전 비서관은 중앙일보가 조국 전 수석에 대한 과도한 비판으로 지면을 채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후 조국 전 수석에 대해 “근육이 계속 자라고 있다”고 했다. 조국 전 수석은 근육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나 최우규 전 비서관은 이에 “근육이 커지는 것은 억지로 막을 수 없다”고 받아쳤다.

‘근육론’은 조국 전 수석이 견제를 당하면 당할수록 정치적 가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딜레마적 인식을 표현한 것이다. 조국 전 수석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현안’이 돼버린 지 오래다. 보수언론이 조국 전 수석의 발언과 행동 하나 하나를 도마 위에 올리는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폴리페서’ 논란은 지금 논쟁 구도 속에선 사실 정치적 맥거핀이며 ‘가짜 문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게 ‘가짜 문제’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담론 구조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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