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작성한 여론동향보고서가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을 분석하면서 '총선'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를 매개로 국내 선거의 표를 계산하는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연구원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원장이다.

30일 SBS 보도에 따르면 민주연구원은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동향 보고서'를 128명 여당 의원에게 이메일로 발송했다. 보고서는 첫 문장부터 한일 갈등과 관련한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담았다.

▲30일자 SBS 리포트.(SBS 보도 캡처)

보고서는 일본의 무리한 요구에 타협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 중요하며, 민주당 지지층 뿐만 아니라 무당층과 50대인 스윙층도 그런 의견이 다수라고 적시했다.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도 썼다.

국제 관계를 국내 정치용으로 분석한 민주연구원의 보고서가 부적절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3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에서 청와대와 민주당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내보인 것에 실망과 함께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청와대와 민주당에 묻는다. 이 사태를 내년 4·15 총선까지 끌고 가려는 속셈을 내비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대표는 "이같이 한일 갈등을 국내 선거용으로 검토하고 있는 정부 여당에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행태에 대해 우리는 심각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민주당의 공식 사과, 양정철 원장의 해임, 그리고 조국 법무장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논평에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 유불리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경제를 살리는 복안, 시급한 외교적 해법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을 움켜쥐고 총선에 써먹을 궁리만 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요체"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금 일본의 경제 보복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를 만나 공동대응을 하기로 했고, 국민의 총의를 모아 일본과 맞서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는데, 여당이 이걸 총선까지 연결해 총선을 한일전으로 치르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정치권의 대일본 공조에 균열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여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형사고를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31일 민주연구원은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연구원은 "30일 당내 의원들에게 발송한 한일 갈등 관련 여론조사 보고서는 적절치 못한 내용이 적절치 못하게 배포됐다"며 "충분한 내부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내용이 나갔다"고 사과했다.

민주연구원은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주의와 경고 조치를 취했다"며 "민주연구원은 한일 갈등을 선거와 연결짓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당이나 연구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조사 및 분석보고서가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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