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마지막 한 달, 그리고 새해의 첫 한 달을 맞이한 지금 각종 공치사와 하마평이 무성하고 새로운 한 해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찾아보는 지금, 가장 인상 깊은 스타는 과연 누구일까요? 매년 시행되는 여론조사에서 근 몇 년 만에 라이벌이자 동료 유재석을 뛰어 넘는 성과를 거두었다며 올해의 승리자로 지목받는 강호동도 있을 것이고, 전국의 오빠들을 사로잡으며 가요계를 지배하고 있는 아이돌 같지 않은 아이돌 아이유의 선전도 눈에 띕니다. KBS 대상의 주인공인 관록의 이경규나 개그맨들의 희망 김병만도 주목받는 대상이죠. 모두가 칭찬받아 마땅한 멋진 성과물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근래 들어서 유독 한 남자의 이름과 태도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재기에 성공했던 2009년과 마찬가지로 2010년 역시도 각종 시상식에서 별다른 수상자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고, 누구에게 내세울 만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출연작들에서도 그는 중심이라기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선 보조자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고, 그 활동의 폭 역시도 재기에 성공했던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2010년을 빛낸 스타, 2011년을 빛낼 스타를 손꼽는 순위 매기기에서 그의 이름은 명단의 조금은 낮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겁니다. 그냥 무난했던 한해. 그리고 또 무난할 것만 같은 한 해. 개그맨이자 MC 김국진의 현재 모습은 바로 이런 평탄한 위치 지키기에요.
진정한 대인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툭하면 생각해주는, 챙기는 형태로 부각되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잔혹하게만 보이는 배려 없는 열애 끼어 맞추기나 과거 이혼이나 골프 외도 경력을 두고 하는 농담들. 잘나갔던 전성기를 꼬집으며 말하는 과거에 대한 향수 같은 개그 코드들이 김국진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반복되는 아이템들입니다. 당연히 당사자들은 그런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친한 사이이기에 허용되는 것들이겠지만, 가끔은 보는 사람이 되레 민망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는 하죠. 그렇지만 그는 예의 편안한,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어갈 뿐입니다. 특히나 작년 한해 가장 뜨거운 예능 프로그램이었고 이경규에게 첫 번째 KBS 연예대상을 안겨주었던 남자의 자격의 실질적인 주인공이기에 그 존재감은 더욱 무겁게 느껴져요.
하지만 이런 중요한 역할 덕분에 그를 남자의 자격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중년의 아저씨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풍기는 정서, 찾고자 하는 분위기를 정확하게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너무나 유명한, 이미 이룰 것을 모두 다 이루었지만 한없이 소탈하기만 하고, 새로운 문물에는 그 누구보다도 낯설고 겁을 내며 과거의 향수에 집착합니다. 덕구와의 관계에서 본 것처럼 사람의 정을 그리워하면서도 과거의 상처와 무뚝뚝한 성격탓에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딱딱함 안에는 부드러움과 따스함, 그리고 성실한 마음이 담겨져 있기에 거리감을 느끼지 못하죠. 아저씨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남자의 자격이 가진 색깔은 바로 김국진에게서 모두 찾아볼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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