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 주 미국 박스 오피스의 주인공은 세스 로건의 신작 <그린 호넷>입니다. 이 히어로 무비는 특이하게도 드라마에 강점을 보이던 미쉘 공드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 점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세스 로건이 주연이라는 것도 특이하긴 하죠.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린 호넷>은 일련의 히어로 무비와 달리 만화가 아닌 라디오 방송이 원작입니다. 보통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각 매체로 파생이 되는 반면에, <그린 호넷>은 1930년대에 라디오 전파를 탄 후에 티비, 영화, 만화로 제작되었습니다.

21세기에 개봉을 했지만 <그린 호넷>은 이미 1990년대에 제작을 하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감독은 미쉘 공드리로 예정했고, 조지 클루니와 이연걸을 탐냈지만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에는 케빈 스미스와 주성치를 거쳐 다시 미쉘 공드리에게 연출이 맡겨졌습니다. 참고로 주성치는 주인공의 파트너인 케이토 역도 겸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성치가 감독에 이어 배우로도 출연을 포기함에 따라서 케이토는 결국 주걸륜이 연기하게 됐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니 대충 감이 잡히시죠? 세스 로건에다 주성치까지 물망에 올랐던 히어로 무비라 함은, <그린 호넷>은 코미디의 성격이 짙은 히어로 무비입니다. 그 점을 십분 살린 덕인지 1월 셋째 주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정상에 올랐네요. 또한 역대 실사로 만들어진 히어로 코미디 무비 중에서 <킥애스>를 제치고 개봉 첫 주에 가장 높은 수입을 기록한 영화가 됐습니다. 하지만 관객과 평단, 그 중에서도 특히 후자의 반응은 굉장히 저조한 편이라 아쉽습니다.

<그린 호넷>의 예고편입니다. 이 영화는 철부지 백만장자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고 파트너와 함께 정의를 위해 싸운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트맨이랑 약간 비슷한 면이 엿보이죠? 국내개봉은 1월 27일입니다.

2위로 데뷔한 <딜레마>는 론 하워드 감독에다 화려한 출연진까지 자랑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빈스 본, 케빈 제임스, 제니퍼 코넬리, 위노나 라이더 그리고 채닝 테이텀과 퀸 라티파까지, 이에 비하면 수입은 다소 낮은 편입니다. 개봉 첫 주에 약 1,742만 불을 벌어들였으나 빈스 본과 케빈 제임스의 전작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론 하워드로서도 <천사와 악마> 이후에 약 2년 만에 연출을 맡은 영화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말았네요.

<딜레마>는 대학동창인 로니와 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마침내 자신들의 회사를 만들어 독립하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닉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로니가 목격합니다. 이로 인해 그는 친구에게 말을 하느냐, 마냐를 놓고 전전긍긍하기에 이릅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로니는 해답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서고, 그러면서 케빈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딜레마>의 예고편입니다. 국내개봉은 미정입니다.

1억 불을 훌쩍 넘어서 코엔 형제의 최고 흥행작이 된 <트루 그릿>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개봉 4주차라 순위가 떨어질 법도 한데 3위를 지키고 있네요. 온갖 시상식의 시즌이고 곧 아카데미 시상식도 열리니 당분간 흥행세가 지켜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아직까진 거의 수상을 하지 못하고 있네요. 골든 글로브에선 후보에도 못 올랐는데... 이유가 뭘까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덕분일까요? <왕의 연설>은 지난주보다 무려 다섯 계단을 상승한 4위에 올랐습니다. 게다가 흥행수입도 무려 40% 이상이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조금 전에 끝난 시상식의 결과를 보면 콜린 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지만, <왕의 연설>의 흥행세 역시 다음 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블랙 스완>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5개 부문의 후보에 오른 덕에 5위를 지켰습니다. 흥행수입 역시 하락하지 않았고요. <왕의 연설>과 마찬가지로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주연상만을 수상하고 시상식의 막이 내렸네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가 극찬을 받고 있는 터라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눈여겨봐도 좋을 것입니다.

<Little Fockers>는 네 계단을 하락한 6위에 그쳤습니다. 이제 사실상 이 영화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이 부근에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평단은 물론이고 관객들의 반응 역시 신통치 않았음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입니다.

<Little Fockers>에 이어 <트론 : 새로운 시작>도 세 계단을 하락하며 7위로 밀렸습니다. 다행히 초반의 부진에 비하자면 흥행세가 잘 버텨주면서 총 수입이 제작비 1억 7천만 불의 언저리까지 왔습니다. 전 세계 흥행수입을 모두 합산하면 3억 2천만 불을 넘어서서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덕분에 속편 제작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하죠?

이건 참 미스터리입니다. <요기 베어>가 지난주와 동일한 8위에 머물렀습니다. 초반에 워낙 수입이 저조해서 금세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더니 잘 버텨주고 있네요. 지난 금요일만 해도 11위에 그쳐서 역시 예상대로 가는구나 했었는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모일이 다가오면서 주말에 가족들이 극장으로 나들이를 나가게 된 덕분일까요?

9위는 두 계단을 하락한 <파이터>입니다. 이 영화 역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5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지만 흥행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가 각각 남녀조연상을 수상했으니 곧 변화의 폭이 커지겠죠?

아... 케서방은 이렇게 부진을 이어가면 앞으로 어쩌나요? 지난주에 개봉한 <시즌 오브 더 위치>는 자그마치 일곱 계단, 아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하강하면서 10위에 턱걸이했습니다. 이미 예견된 바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금방 떨어질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제작비가 4천만 불인데 절반 수준에서 마감을 할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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