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런닝맨에는 리지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하차한 건 아닐까?"하는 노파심에 조사해보니하차한 것은 아니구요. 몸이 안 좋아서 촬영을 못 했다고 하더군요. 허나 대만 프로모션 및 해외활동으로 인해 앞으로 리지가 빠지는 일이 종종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런닝맨 홈페이지에 리지의 얼굴이 자리잡고 있으니 하차는 아닌 듯해요.

이제 리지의 런닝맨 고정 투입이 한 3개월째 접어들어가는데요. 아직도 리지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만 합니다. 솔직히 런닝맨에서 리지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것과 아직 캐릭터가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 이런 점들이 리지의 고정 투입에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리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리지에 대한 평가가 조금 박한 게 사실입니다. 그것에 대한 의견 몇 마디 적어보겠습니다.

1) "리지는 민폐쟁이다"

물론 리지의 존재감이 크지 않고 아직 중요한 역할이 없지만, 프로그램에 브레이크를 걸 정도로 정말 방해가 되는 존재일까요? "민폐"라는 말을 쓸 때는 그 사람이 정말 피해가 될 경우에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허나 리지 때문에 프로그램에 흐름이 뚝 끊기거나 프로그램이 재미가 없던 적이 있었나요? 비록 리지가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끊거나 방해가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런닝맨 제작진은 솔직히 한 번도 리지를 위해 무언가를 특별하게 해준 것이 없습니다. 리지의 투입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냥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리지 이후로 특별히 변한 게 없습니다. 심지어 유람선 에피소드에서도 리지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송지효-송중기 커플만들기를 대놓고 했던 런닝맨 제작진입니다.

리지가 투입된 이후 "플러스" 요인도 없었지만 "마이너스" 요인도 없었습니다. 그런 리지에게 "걸림돌" "민폐쟁이" "리지 때문에 방해 된다"라는 말은 솔직히 과장입니다. 리지가 아직 런닝맨에 큰 보탬은 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큰 짐이 된 것도 아닌 시점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말하자면 리지가 런닝맨의 민폐쟁이는 아닙니다.


2) "리지는 노력을 안 한다"

런닝맨 게시판을 보니 많은 분들이 "리지팬들은 제작진만 탓 한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리지라고 다 비춰줘야 하냐? 리지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리지가 노력을 안 하는 것일까요?

일단 이 문제에 관해서 시청자들은 100% 리지가 노력을 안 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방송에 "편집"이라는 게 있고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분량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실제로 많은 연예인들이 "나는 방송에 이렇게 나갈 줄 알았는데, 실제 이렇게 나왔더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누구보다도 예능 프로그램의 고정을 원했던 리지이며 런닝맨은 리지의 첫 고정입니다. 그것도 가장 좋아한다는 "유재석 선생님"과요. 또한 아직 리지는 신인이라고 볼 수 있는 레벨입니다. 그러한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건 사실 거의 드문 경우입니다.

결과가 없고 성과가 안 나오는 것은 항상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방송에서 "결과"란 단순히 노력만 한다고 주어지는 게 아니지요. 상황도 모르는 입장에서 리지가 "노력조차 안 한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말입니다.

3) 리지에게 제대로 기회를 주기나 했나?

많은 이들은 리지의 방송 분량이 없는 이유를 단순히 "리지가 부족해서"라고 폄하해버립니다. 하지만 더 궁금한 건 리지에게 기회를 제대로 주기나 했냐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람 그리고 이미 존재감이 있는 사람에게 분량을 먼저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대체로 런닝맨에서는 유재석, 김종국, 송지효, 개리를 제외하고는 분량이 많지 않은 것이 그 이유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리지에게 많은 분량을 주는 것은 사실상 억지스러운 일일 것이고 모험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리지에게 제대로 된 분량이 주어지기나 했을까요? 숨바꼭질에서 거의 통편집된 건 리지 한 명뿐입니다. 송중기나 지석진도 하는 게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분량을 받지요. 하다못해 리지는 숨바꼭질에서 아웃되는 장면 한 1, 2초 주는 게 전부입니다.

지난번 김희철 편에서는 분명히 리지와 송지효가 1:1로 마주진 장면이 있었고, 분명히 리지가 송지효를 사력을 다해서 막는 좋은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날 송지효가 졌던 이유는 리지가 송지효를 막아내면서 버텼던 기간에 오빠들이 와서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그날 리지는 추격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허나 그 조차도 송지효가 "나 다음 주에 종국이형이랑 짝 할 거야" 장면을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서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승리의 1등 공신급 활약을 한 장면도 한 3초정도의 분량으로 날려먹은 것이지요. 이러고도 과연 런닝맨이 리지에게 제대로 기회를 줬다고 할 수 있을까요?

리지가 크게 활약하지는 못 했지만 그나마 활약하는 모습도 보여줄 생각 없는 런닝맨 제작진이 과연 리지에게 제대로 분량을 줬는지 의문입니다. 만약 거기서 리지가 송지효를 막아내는 장면만 나갔어도 이렇게 존재감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또한 런닝맨에서 리지는 유난히 독백이 많습니다. 말을 막 마치거나 말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를 휙 잡아 돌리지요. 이경실 에피소드때도 그랬고 박보영 에피소드때도 그랬습니다. 정말 런닝맨 제작진이 리지에게 신경을 쓰기나 하는지 궁금할 정도네요.

4) 중간 고정 투입의 어려움은 생각해봤나?

사실 중간에 고정으로 투입되는 것만큼 힘든 것은 없습니다. 중간에 고정 투입 돼서 펄펄 날아오른 케이스는 구성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던 패떴2를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중간에 투입되면 그 상황을 배워 익혀야 하고 멤버들하고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4개월은 걸리는 게 보통입니다. 또한 중간에 투입된 멤버들에게 분량을 많이 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요. 왜냐하면 이미 분량을 받고 있는 멤버들의 분량을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 적응 기간도 마치기 전에 비난하는 것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질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송지효는? 송지효는 물론 예외적인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지요. 어떤 상황에서나 변수는 작용하는 것이니까요. 송지효가 투입되었을 당시만 해도 런닝맨 시청률이 한자릿수였고, 포맷도 왔다갔다할 때였습니다. 어찌보면 송지효는 조기투입인 것이죠.

송지효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같이 악착스럽게 따라붙은 연예인도 사실 없습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런닝맨의 에이스도 확실하지 않았고 김종국과 하하도 비호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한 조건도 송지효가 에이스로 올라오는 데 크게 일조를 했지요.

하지만 리지 투입 당시에 이미 송지효는 에이스로 확정되어 있었고 월요커플의 입지도 확실했으며, 스파르타국스, 모함 광수 그리고 유르스윌리스도 확실했습니다. 송송커플마저 솔솔 피어나던 시기였지요. 이렇게 확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리지가 끼어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리지가 들어가자마자 존재감을 뽐내야 하는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원래 중간 투입은 예능을 갈고 닦은 연예인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번 박보영이 나와서 게스트들을 묻어버리는 존재감을 보여준 이후 리지가 더 박보영에게 비교를 당하면서 비난을 받는 것을 보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리지 역시 게스트로 나왔을 때는 상당한 호응이 있었기에 지금 고정으로 투입된 것이지요. 게스트 박보영을 고정인 리지와 비교해서 리지를 평가절하 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이 체제에서는 박보영이라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이기도 하구요.

생각보다 예능 고정이라는 것이 특히 중간에 투입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행인 점은 리지 자신도 "사투리돌"의 한계를 알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경실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상황이 주어진다면 분량을 뽑을 수 있는 끼도 있다는 점입니다.

런닝맨 제작진도 리지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고, 시청자들도 리지에 대해 너그러운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리지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올해 초반에 꼭 병풍에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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