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선거법 개정안,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국회 폭력사태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을 수사 중인 영등포경찰서는 고발된 국회의원 109명 중 32명에게 이번주 중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소환에 응하고 있지만, 한국당 의원 21명은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엄용수, 여상규, 이양수, 정갑윤 한국당 의원의 경우 3차 소환 통보까지 받았지만 불응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새벽 선거제도 개혁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정치개혁특위 회의장 앞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은 일반적으로 소환통보를 받은 피고발인이 특별한 사유 없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수사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해도 회기 중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의결하지 않으면 강제수사가 불가능하다.

헌법 제44조 1항은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는 국회의원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해 대의기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압력을 막기 위한 삼권분립의 보호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정당한 수사에까지 이용하는 것은 불체포특권의 취지를 훼손하는 '남용' 사례라는 시각이 많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요구로 열린 7월 임시국회가 의원들의 강제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의 성격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 26일 '원포인트 안보국회'를 요구하며 소집요구서를 냈고, 이에 따라 29일 7월 임시국회가 개회됐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안보공세에 방탄국회까지 일거양득인 셈이다. 하지만 8월은 휴가철로 국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지 의문이다. 제1야당 대표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9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를 떠났다.

이 같은 불체포특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칠 때 기명표결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국회는 체포동의안 표결시 무기명투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당한 수사에 대해서도 동료의원 감싸기 등의 부적절한 행태가 벌어지곤 한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불체포특권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경찰 수사 불응은 전형적인 남용사례"라며 "현재로선 조속한 수사를 통해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상정되도록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근본적으로 불체포특권 남용을 막으려면 방탄국회 개회를 막아야 하는데, 이를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 기명표결로 바꾸게 되면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 폭력 사건은 CCTV, 동영상 촬영, 많은 언론보도로 증거가 명확하게 확보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경찰이 소환에 집착하기보다 증거에 따라 조속한 수사를 펼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경찰 수사 속도가 너무 늦다"며 "증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소환에 불응하면 불응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하고 절차대로 빠르게 진행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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