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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인재'란 말 속에 숨은 맥락규제완화 주장하다 안전사고 발생하면 “예고된 인재” 말하는 언론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7.29 12:09

[미디어스] “예고된 인재”라는 말은 이제 거의 모든 사건에 붙일 수 있는 표현이 돼버린 것 같다. 27일 새벽 광주광역시의 클럽에서 불법 증축한 복층 구조물이 무너져 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 역시 “예고된 인재”로 불리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의 재발방지를 모색하는 게 먼저겠지만 “예고된 인재”라는 말의 맥락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을 짚어보려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광주 클럽의 사고는 불법 증축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에서 다수의 성인이 춤을 추다가 복층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이 클럽과 같은 사례는 이른바 ‘감성주점’으로 불린다.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의 경우 금지돼있는,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를 예외조항을 통해 허용한 게 핵심이다.

이 클럽은 변칙영업을 한다는 이유로 2016년 영업정지 1개월과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광주광역시 서구 의회가 위와 같은 예외 조항을 넣은 형태의 조례를 제정하면서 이 클럽과 같은 형태의 영업 행태가 합법화됐다. 이후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18년에는 업주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된 업소에 손님이 춤을 추는 행위를 허용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29일 당시 광주 서구 의회 회의록을 근거로 광주 서구청이 조례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 클럽이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를 ‘피해사례’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지자체의 시각으로 볼 때 ‘감성주점’과 같은 영업형태를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현행법에 의해 처벌을 받도록 하기보다는 합법적 관리가 가능한 길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였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규제완화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전형적인 사례들을 연상하게 한다. 중앙일보도 29일자 사설에 “일반음식점이 라운지 바나 감성주점이라는 형태로 유사 클럽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수년간 조례를 만들거나 고친 것은 일종의 규제완화였다”며 “서울 홍익대 근처 업소들처럼 유흥주점 허가 없이 클럽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썼다.

물론 모든 규제완화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규제도 규제 나름이라서 개중에는 불필요한 종류의 것이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규제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에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완화를 결정할 때에는 부작용의 우려가 없는지 충분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하고 적극적인 사후관리를 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고안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은 규제완화를 어떤 불필요한 형식주의를 파괴하는 ‘실용’의 관점으로만 다루거나 기득권을 타파하는 어떤 적극적 행위처럼 묘사한다. 규제완화에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이나 세력은 복지부동의 관료들이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해당사자들로 표현된다. 따라서 규제를 타파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이로 인한 부작용 우려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고가 난 광주 서구의 모 클럽 내부 모습 (연합뉴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 규제 필요성을 역설한 보수언론의 태도가 정확히 그랬다. 일부 언론과 정부 여당 관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소재의 부품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기업 ‘탓’을 하기보다는 화평법, 화관법, 산안법 등으로 인한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먼저라는 논리를 내놓은 것이다.

수차례 논한 바와 같이 화학물질 등에 대한 환경규제는 불산누출 사건이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실제적 피해를 야기한 일들 때문에 만들어졌거나 강화됐다. 언론은 이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도 “예고된 인재”를 말하며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고 법적 미비를 말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예고된 인재”라는 말의 뒤에 숨겨진 뉘앙스를 포착할 수 있다.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행태는 문제를 규제를 둘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라는 정책적 방향이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때에만 가능해진다. 이런 구분 속에서 “예고된 인재”와 “불필요한 규제”는 정부 조직과 관료 또는 어떤 정치세력이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 대응했으면 이미 해결됐을 문제라는 점에서 ‘비정상적 상황’이라는 동일한 분류로 묶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구분법은 늘 지적하듯 기만적인 것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보수언론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른바 진보언론들의 논조에서도 비슷한 한계가 드러난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보도에서 이런 태도의 전형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비정상적인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침략을 한국의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똘똘 뭉쳐 이겨내야 한다는 게 자타칭 진보언론의 주된 논리였다. 물론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는 재계와 보수정치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나 반도체 등 소재 국산화를 위해 환경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부당함에 대한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이 섬뜩하고 으스스한 일본 극우정치의 비정상성을 부각시키는 것보다 앞섰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예고된 인재”라는 규정보다 더 필요한 것은 “예고된 인재”가 늘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계속해서 파헤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언론이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노력과 이를 통한 결과물을 우리 사회, 심지어 언론 스스로가 주목하거나 기억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같은 시도를 반복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편리한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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