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산만한 덩치에 꾀죄죄한 눈물까지 훔쳐내게 했다. 결국 강호동은 “2011년 한 해 마음껏 굴리세요”라며 자유 포기 각서를 자진해서 제출하고 말았다. 어디 강호동뿐이겠는가. 웃자고 보던 1박2일에서 난데없이 각 가정은 눈물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리 흘려도 나쁠 것 없는 정화의 눈물이었다. 그런 1박2일을 보며 함께 눈물을 찍어내던 어떤 사람이 울먹이는 소리로 한마디를 했다. “참 징헌 사람이네”

말은 정화의 눈물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은 그들을 보는 우리 입장일 뿐이다. 짧게는 일 년이 채 안 되고 길게는 15년까지 고국과 가족 모두들로부터 떨어져 살아야 하는 그들에게는 그리움이고 또 설움일 것이다. 그 옛날 독일 간호사로, 사우디 건설노동자로 사랑하는 아버지와 누나를 보내야했던 많은 한국 사람들이 겪었던 똑같은 이유인 가난이 강요한 아픔과 같은 것이다.

여행이나 유학을 이유로 떠나도 그리운 것이 가족인데, 생존을 위해서 혹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가족과 떠나야 했던 남자에게 떨어져 있던 기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그리움이고, 매 시간이 고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그리움을 내색할 수 없이 살아야 했던 그들은 처음 가족들의 영상을 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묵묵히 흐르는 눈물만이 그 사내들의 깊은 아픔을 대변해주었다.

▲ 이보다 슬프고 아름다운 사진은 쉽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족들의 안부를 담은 영상으로 눈물을 쏙 빼놓고 그 어느 때보다 그리움에 사무치게 하더니, 각자의 방에 돌아가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그리운 가족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작 외국인 노동자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행복한 선물이었겠지만 시청자들 특히 과거 일밤을 즐겨본 시청자라면 거의 감을 잡았을 반전이었다. 그러나 알고도 당하는 게 바로 감동이라는 것이고, 눈물의 전염성이다.

가족들을 만나 기뻐 다시 또 흘리는 눈물에 덩달아 우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 아니겠는가. 오죽하면 강호동이 울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애써 눈물을 찍어내야 했을까. 사실 1박2일이 각 가정에 눈물테러를 한 외국인 노동자 특집은 오래전 일밤의 고유 아이템 <러브 인 아시아>를 충분히 밴치마킹한 것이다. 지금의 일밤은 재미도, 감동도 모두 잃은 채 표류하고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감동 예능의 상징이었던 일밤을 생각나게 했다.

방송이 늘 그렇듯이 처음에는 그저 인도식 카레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일상적인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이승기의 흉내내기로 새삼 유명해진 땡 PD, 안 됩니다 PD 나영석이 저녁 복불복은 없고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를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1박2일판 <러브 인 아시아>가 환생하게 됐다. 특히나 가족을 떠난 지 15년이나 된 칸의 반응은 아주 진한 아픔을 전해주었다.

칸의 가족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의 집보다 잘 살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칸이 혼자 몸서리쳐야 했던 15년의 고독과 바꾼 것이다. 그런 것을 잘 아는 그의 가족들이라 더욱 칸이 그립고, 칸에게 네팔 전통 음식을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 모두는 그립다고 훌쩍 가족을 보고 올 수 없는 입장이다. 비용도 그렇지만 불법체류라는 법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 이에 대한 논란도 없지는 않지만 과연 15년이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여전히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붙여야만 할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한편 방송이 끝난 후 게시판에 누군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한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보수도 올릴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노동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체도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여기서 노동 문제를 논할 것은 아니라 말을 줄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그리고 다문화에 대한 편견과 곡해가 아직도 팽배하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그런 편견이 존재할수록 1박2일이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한 여행은 더욱 빛을 발한다. 어지간하면 무한도전, 1박2일에 대한 글을 자제하려는 신년 계획을 작심3주로 만든 징헌 나영석 PD에게 당해 신년 벽두부터 눈물 콧물 흘려 모양새 민망하게 됐지만 행복했다. 그들이 잠시나마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그런 그들과 함께 울 수 있는 마음이라 또 안심됐다. 가끔 이런 이야기들은 거짓말탐지기처럼 내 속에 있나 없나 의심되기도 하는 선한 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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