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화요일 KBS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 '발레리나 강수진'편의 한장면. 무릎팍 도사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은 무척 심심하다. 어쩐지 'MSG 없음' 표시라도 되어있을 듯한 느낌이다. 최근 유행처럼 게스트를 곤란에 빠뜨리지도 않고, 진행자가 나서서 쇼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항상 조근조근 묻고 답하다가 웃으면서 헤어진다.

그럼에도 채널을 고정하게 만드는 힘은 김동건 아나운서의 미소이다. 게스트와 눈을 마주치며 눈웃음을 지을 때면 무엇이든 털어놓고 싶어진다. 어떤 손님이 와도 한결같이 대접한다.

놀랍게도 김동건 아나운서의 나이가 벌써 일흔에 가깝다. 1939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런 그가 '발레리나 강수진'편에서 고민을 슬쩍 말했다.

김동건 : "자신의 공연 장면을 (녹화 테이프로)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강수진 : "저는 못 봐요. 한 10년쯤 지나서 봅니다. 왜냐면 저는 그날 공연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잘 알거든요. 부끄러워서 도저히 못 보겠어요.(이하생략)"

김동건 : "저도 그래요. 방송 녹화하잖아요? (나중에) 제 프로 보기가 싫어요. 보면 왜 저렇게 못 했는가. 저거 밖에 안되나 실력이. 아직도 그런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요즘 MC들이 꼭 봐야할 장면이다. 자신의 권위로 상대방을 제압하지 않으면서도, 게스트가 진행자를 존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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