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친선 경기가 논란이다. 6만 5천 관중이 가득 찬 경기장에 정작 상대팀은 경기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당일 늦은 시간 한국에 도착해 사인회를 하고, 훈련도 없이 경기에 나선 유벤투스는 아시아 친선전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다.

유럽축구 리그 팀들에게 아시아는 중요한 시장이다. 유럽 시장은 더는 확장될 수가 없다. 포화상태에 이른 유럽축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다. 중계권 계약을 통해 엄청난 돈을 벌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아시아 시장 개척은 절체절명의 가치다.

축구 실력은 좋지 않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열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이들 국가의 경제력이 상승하며 조금씩 축구에 투자하기 시작하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전에도 유럽 유명 축구 클럽들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리가 있었다. 시장 개척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의미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호날두의 유니폼을 걸고 그의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축구 시장에서 중국은 새로운 거대 상품이다. 중국 선수들이 실력과 상관없이 유명 클럽이나 유럽 클럽에 입단이 이뤄지는 것은 소위 말하는 유니폼 판매가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중국 선수가 출전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시청자들이 생겨난다. 이는 엄청난 기회다.

소위 레벨이 되는 중국 선수가 나온다면 유럽축구 클럽들은 '노 나는 장사'가 될 수밖에 없다. 엄청난 시장이 펼쳐진다는 의미다. 인도도 마찬가지로 미지의 시장이다. 일본 역시 그런 측면에서 중요하게 여긴다. 경제적으로 앞선 일본 시장을 유럽축구 클럽이 놓칠 이유가 없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미묘한 공간이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폭발적 기대치가 있는 시장도 아니고, 일본처럼 돈이 넘치는 시장이라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맨시티 구단주가 일본 구단은 지분 참여를 해도 한국에서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들의 시선이 어떤지 잘 보여준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 유벤투스 호날두가 경기 시작전 벤치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예정된 경기 시간은 일방적으로 뒤로 밀렸다. 하루종일 내린 비로 습도까지 가득한 경기장에서 6만 5천여 팬들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기다렸다. 하지만 K리그 대표들과 6만 5천 축구 팬들은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호날두에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돈 벌기 위해 일정에 포함시키고 경기가 열리는 날 몇 시간 전에 와서 경기가 끝난 직후 떠난 유벤투스는 말 그대로 한국에 모욕을 준 셈이다. 이들은 무엇을 하러 왔을까? 자신들이 그저 모습만 보여줘도 감사할 것이라는 착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최한 더 페스타에 대한 비난이 비등해지고 있다. 호날두의 45분 출장이 계약서에 명시되었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하지만 사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했다.

축구 행정도 후진적이고, 프로모션 계약과 관련해서도 엉망이라는 사실을 이번 ‘유벤투스 얼굴 보여주기 쇼’가 증명한 셈이다. 대충 와서 시간만 채우다 가도 자신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한 태도는 오히려 반 유벤투스 정서만 만들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가 끝난 뒤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호날두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경기장을 찾은 수만명의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연합뉴스

제대로 하지도 않을 팀을 왜 부르나? 유명 팀들이 와야만 한국 축구의 존재가치가 살아나나? 팬들의 요구가 있기에 노력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니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무슨 망신인가? 끝없이 이어지는 축협에 대한 불신은 일방주의가 낳은 결과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 역시 유사하다.

약속도 지키지 않고, 무례하기까지 한 유벤투스의 태도는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야구를 넘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시점 유벤투스는 한국에 찬물을 끼얹고 갔다. 그들에게는 그저 어쩔 수 없는 돈벌이 행사였을 수 있다. 가지 않아도 그만인 한국에 그나마 몇 시간이라도 가서 축구를 같이 해줬으면 만족해야 할 것이라 반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유럽축구 리그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그들을 왜 존중해야 하는가? 축구 팬들을 우롱한 이번 사태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 다시 고민할 시점이다. 축구팬들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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