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던 무한도전 타인의 삶이 방영되었습니다. 박명수는 437명의 지원자 중에 자신이 직접 선택한 K대학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김동환 교수와 함께 하루 동안 삶을 바꾸어 지내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연예계의 거성 박명수는 의사의 신분으로 의료계의 하얀거성이 되어 하루 일과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명수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의사 가운을 입고 의국회의에서부터 병동 회진, 강의, 멘토&멘티 상담시간, 외래진료, Re-eveluation conference까지 의대 교수로서의 스케줄을 소화했는데요. 의학용어와 영어가 남발하는 의국회의와 강의 시간에는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병동 회진과 멘토&멘티 상담시간, 외래진료 때는 웃음과 함께 따뜻한 감동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박명수는 병동 회진을 하면서 네 번째 환자로 13살 예진이를 만나게 되는데요. 박명수의 얼굴을 처음 보자마자 빵 터져 웃는 예진이에게 웃음 진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진이는 1년 전 뇌수술을 받고 현재 왼쪽 마비의 휴유증으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 소녀였는데요. 여자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뇌수술로 인해 또래의 어린 소녀들처럼 머리카락을 기르지도 못하고, 짧게 깎아야만 하는 안타까운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박명수는 그런 예진이의 사정도 모른 채, 짧은 머리카락을 보고 남자 아이로 착각을 하는데요. 립서비스로 "잘 생겼구나"라고 했다가, 마음 상한 예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놀라서 당황한 박명수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하는데요. 이뻐서 그런거라고 개그맨이라 농담을 했다고 수습해보지만, 오랜 병원 생활로 예민해져있는 예진이는 이미 깊은 상처를 받고 난 뒤였습니다.
하지만 예진이는 금방 다시 눈물을 멈추고, 웃으며 박명수보고 영화배우보다는 못생겼다고 소심한 복수를 하는데요. 그래도 박명수가 가기 전에 실물로 보니 더 잘 생겼다며 다시 해맑게 웃는 예진이를 보니까, 참 뭉클하면서 천성이 착하고 밝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박명수는 가기 전에 훈련해야 하는 예진이의 왼손을 꼭 잡아주며 지긋이 바라보는데요. 돌아서며 한숨짓는 박명수의 모습에서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에 후회하면서 얼마나 많이 미안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선수를 친 예진이의 선물에 당황한 박명수는 미처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도 미안함에 선물을 가져왔다고 하는데요. 급하게 선물을 뒤로 숨기며 맞춰보라고 하지만, 예진이는 이미 노란 박스를 봤다며 비타민이나 수면제가 아니냐며 해맑게 웃습니다. 13살의 어린 소녀가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선물로 비타민과 수면제를 예상한다는 것에 정말 안타까웠는데요. 박명수도 어이없어 하며 아니라고 다시 맞춰보라 하지만, 또 다시 비타민이라며 그것 밖에 예상하지 못하고 오랜 병원생활로 의약품마저도 일상이 되어버린 예진이가 너무도 안쓰러웠습니다.
박명수가 예진이에게 선물로 준 것은 바로 자신의 무한도전 피규어였는데요. 예진이는 박명수와 똑같은 피규어를 보고 빵 터져 계속 웃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게 박명수가 준비한 진짜 선물은 바로 단순히 자신의 피규어가 아닌 큰 웃음이었는데요. 웃고 있는 예진이에게 기분이 풀렸는지 재차 확인을 하며 눈치를 보고 어색해 하는 박명수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박명수는 겉으로는 어색하게 버럭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 담긴 미안해하는 마음과 따뜻한 마음씨가 참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약 박명수가 예진이의 상처보다는 방송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더 돋보이기 위해 오버를 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예진이를 위하는 것처럼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이처럼 큰 감동을 주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명수는 살짝 굳은 얼굴과 어색한 모습으로 방송 내내 미안해하며,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는데요. 예진이를 만나고 나오면서도 많이 안 아픈 것 같아 다행이라며, 비록 자신이 의사의 옷을 입고 있지만 의사는 아니기에 예진이를 낫게 해줄 수 없다는 것에 씁쓸해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예진이를 고쳐줄 의술은 없지만, 예진이가 빨리 나았으면 하는 박명수의 그 마음만은 바로 의사의 마음이었는데요. 그런 박명수의 진심이 담긴 어색함이 더욱 감동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예진이가 얼른 재활에 성공해서 또래 아이들처럼 머리카락도 이쁘게 길러서, 지금의 상처 따위는 훌훌 털어버렸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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