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 경영진의 2019년도 하반기 업무보고가 시작됐다.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프로그램 경쟁력과 신뢰도 회복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비상경영과 중장기 인력방안, 비대칭적인 방송규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MBC가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회사에 미래 생존전략을 묻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최승호 "문제는 경쟁력 회복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MBC 경영진은 25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출석해 '2019년도 하반기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오늘부터 이틀 간 진행되는 하반기 업무보고는 보도, 편성·제작, 경영, 방송인프라, 감사 등 전 부문에 걸쳐 상반기 실적에 대한 보고와 평가, 하반기 계획 보고 등이 이뤄진다.

최승호 사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문제는 프로그램 경쟁력의 회복이 수익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현 MBC의 상황을 총평했다.

최승호 MBC 사장 (사진=MBC)

최 사장은 "저희 경영진이 취임한 지 1년 8월이 지났다. MBC 구성원들의 노력이 많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각종 지표에서 MBC의 신뢰도와 영향력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뉴스데스크 와이드화를 통한 시청률 상승, 'PD수첩'·'스트레이트' 등 탐사보도 프로그램 영향력 증가, '마리텔 시즌 2'·'구해줘 홈즈' 등 새 예능프로그램의 성공, 드라마 편성 시간대 변경에 대한 긍정적 평가, 김태호 PD의 복귀 등을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최 사장은 "2019년 상반기 지상파 광고는 전년 대비 19% 정도 줄었다"며 "원인은 급변하는 매체환경으로 광고가 방송시장에서 디지털 쪽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지상파 광고시장이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차별적인 규제가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별규제가 시행된 지난 10년 가까운 시간은 지상파의 추락과 종편의 상승기라고 간단히 정의내릴 수 있다"며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정부 스스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는데도 같은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런 구시대적 차별규제는 해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사장은 "설상가상으로 제작비용의 상승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52시간제 시행도 전반적인 비용증가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이런 요인들이 작용해 올해도 MBC는 수지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하반기에 비상경영을 추진하겠다. 모든 부문에서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인건비 부담을 줄일 중장기 계획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조능희 MBC 기획조정본부장 보고에 따르면 비상경영계획은 크게 비용절감과 일부 드라마 중단, 프로그램 통합·폐지·축소 등이다. MBC는 조직개편에 따른 보직자 감축, 중장기 인력방안을 통한 신규채용 감소, 해외 파견직 축소, 월화드라마 폐지 등을 통해 올해 140억원의 경비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조합 합의사항인 임금체계 개편이 더해지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MBC의 설명이다.

■ 내부에선 "MBC는 달라졌나? 이게 최선인가?"

반면 MBC 내부에서는 경영진의 설명과 달리 MBC가 신뢰도를 회복하지 못했으며, 회사의 생존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이날 하반기 업무보고를 앞두고 노보를 내어 회사에 "생존과 성장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MBC 비상경영 추진의 협상 파트너라는 점에서 내부비판의 의미가 작지 않다.

25일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보 갈무리.

MBC본부는 회사가 처한 경영상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그러나 더욱 뼈아픈 것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신뢰도다. 최근 실시한 타사의 미디어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jtbc와 KBS 등에 뒤쳐져 6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본부는 "일련의 암울한 실적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MBC가 달라지고 있다고 체감하는 구성원이 많지 않다는데 있다"며 "회사가 계속해서 밝혔듯 '중간광고'만 해결되면, '비대칭규제'만 해소되면 MBC는 종편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2049세대를 타깃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하고, 성과보상을 내세우는 정도로 MBC는 거대 유료채널을 다시 추월할 수 있을 것인가. 혹시 '그래도 MBC의 인적자원이 좋으니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구성원들의 노력과 희생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MBC본부는 "회사는 '중장기 인력방안'과 '비상경영계획'을 조합에 제시할 예정이다. 모두 MBC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을 담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장의 영업이익과 실적개선을 위한 일시적인 몸집 줄이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인력과 예산의 숫자로만 표시되는 단기 처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가 미디어 정책의 실종 상황에서 대응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 정부 하에서 미디어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MBC본부는 최근 언론노조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미디어 정책 사회적 논의 기구인 '미디어개혁시민네트워크'를 언급했다. MBC본부는 "경영진에게도 요청한다. 정부 내에서도 실종된 미디어 정책을 언제까지 기대할 것인가"라며 "우리 스스로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요구해야 할 때다. 지상파의 미래, 공영방송 MBC의 미래를 놓고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 "MBC 뉴스 정상화, 갈 길 멀다"

MBC본부 내에서 MBC의 보도·편성·제작을 감시하는 조직인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이날 노보에 <사라져가는 혁신, 갈길 먼 '뉴스 정상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MBC 신뢰도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MBC '뉴스데스크'의 와이드화에 대한 비판이 실렸다.

민실위는 "MBC 뉴스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30분을 앞당기고 30분을 늘린 메인뉴스의 와이드편성이라는 파격도 출시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출범 한 달 만에 4%대를 회복한 이래로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크게 변동이 없다. '뉴스 정상화'를 위한 지난 1년여 간 노력의 결과물이 점점 희석되는 위기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민실위는 뉴스 시간이 길어지면서 짧은 리포트를 나열하는 방식의 이른바 '백화점식 뉴스'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뉴스의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 '와이드 뉴스'로 상징되는 혁신의 구상 단계부터 지적되어 온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와 맞닿아 있다"며 "다양한 출연과 코너, 이슈별로 블록화된 편집 등 형식적으로나마 추구했던 개선안마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결국 한 시간 반짜리 뉴스가 리포트로 채워지다시피 하면서 기존의 백화점식 뉴스로 회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형식 개선의 효과가 퇴색되면서 그 빈 자리를 채운 건 '단순 사건사고' 기사라고 평가했다. 민실위는 "지나치게 많은 선정적인 사건사고 뉴스는 우리가 표방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주 52시간 시대'의 뉴스라는 가치와 배치된다"며 "특히 최근 늘어난 사건사고 뉴스는 당사자의 신원도 알 필요 없는 그야말로 '단발성' 사건사고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6월 6일 MBC '뉴스데스크' <난간 붙잡고 '알몸 소동'…집에선 주사기 나와>.

민실위에 따르면 와이드 뉴스 출범 직전인 3월 첫 2주의 '단발성' 사건사고 리포트는 10일 간 5개에 불과했으나, 이달 첫 2주의 단발성 사건사고 리포트는 32건으로 하루 평균 3개 이상에 달했다. 대부분 CCTV나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에 등장하는 사건들이다.

또한 민실위는 늘어난 뉴스 시간을 화면으로 채우려다 보니 취재와 보도가 관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화면이 있으면 리포트를 하자', '큰 일이 벌어지면 꼭지수를 무조건 늘리자'는 식의 관성과 타성도 혁신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라며 ▲U-20 월드컵 결승전 전날 감독의 고향과 이강인 선수 외할머니가 다니는 경로당, 치킨집 등 외곽취재에 치중한 '분위기 띄우기식' 보도 ▲재해 현장을 볼거리로 소비하려했다는 비판을 받는 강원 산불 재난보도 ▲'세월호 5주기 참사' 보도 시 세월호 전원 구조 오보의 당사자로서 성찰의 목소리 부재 ▲ 여야충돌, 정치인 막말 등 정치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뉴스 등을 사례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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