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의 공격적 수출규제로 인해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은 모처럼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 언론은 연일 불매운동과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일본이 비웃었던 불매운동 여파가 만만치 않음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점차 한국인의 상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이 우리의 상식이 되었다면, 불매운동의 상징이 된 것은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다. 한 여학생의 일본 불매운동 1인 시위도 유니클로 매장 앞이었고, 최근에는 택배노조가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유니클로는 일본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바로미터 같은 위치에 서게 됐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급기야 유니클로는 한국의 불매운동을 비하했던 임원의 말에 대해 사과해야 했지만 이미 박힌 미운털이 빠질 리 없다. 유니클로는 자국 정부와 혐한 의식을 갖고 있는 임원 탓에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온 한국 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이 사실은 유니클로를 놓고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 불매운동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움직임이 생겨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선봉에 언론이 설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사실은 시민들이 그런 언론에 대해서 알아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SNS에 오른 글 하나가 주목을 받았다.

글의 제목은 “유니클로 알바생의 눈물”이었다. 일주일 후에 나올 기사라는 것인데, 내용은 “불매운동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줄인다는 날벼락에 망연자실. 일본이 하는 짓이 밉긴 하지만 우리 정부의 무대책을 원망하며 생계 걱정에 긴 한숨을 쉰다”는 것이다. 글을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앞서 예고까지 했으니 이런 기사가 나오지 않기를 내심 바랐을지 모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러나 불행하게도 예언은 적중했다. 25일 한국경제는 [‘재팬 보이콧'을 대하는 복잡한 심경]이라는 칼럼을 냈다. 이 칼럼은 한국 유니클로가 전국 187개 매장에 53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면서 이중 매장에서 일하는 5000명이 “이러다 일자리를 잃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에 마음 졸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본 노선 비중이 큰 저비용항공사(LCC) 직원들도 그렇다. 유니클로 매장 직원 5000여 명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있다. 정치·외교적 문제로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고통받게 하는 정부는 어느 나라이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글을 맺었다.

한국경제신문

이 칼럼이 담고 있는 내용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당연히 불매운동에 따르는 피해가 우리 내부에도 없을 수는 없다. 불매운동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그런 고통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불매운동조차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키워드로 자리잡게 된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에 담겨 있는 의미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누가 주도하고 시키는 일도 아닌, 시민들 각자의 자발적인 실천이다. 이를 말린다고 하지 않을 것도 아니고, 하란다고 더 하지도 않을 일이다. 촛불혁명 때 날이 궂으면 사람이 적을 것 같아 안 나오던 사람들이 광장을 찾아 오히려 참가인원이 더 느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 동력을 이해하지 못하면 현재의 일본 불매운동을 알지 못한다. 거기에는 선동도, 계몽도 없다.

우리 국민들은 선동이나 계몽에 휘둘리는 수준을 오래전 벗어났다. 각자가 판단하고, 행동 한다. 누구의 지시도 따르지 않지만 동시에 어떤 방해에도 멈추지 않는다. 그런 도도한 흐름을 기사 하나, 글 몇 줄로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과거 언론이 누렸던 계몽의 추억은 이제 버릴 때도 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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