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원내 3, 4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2020년 4월 총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소선거구제의 구심력이 양당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계개편을 통한 이합집산을 노리는 것보다 근본적인 선거제도를 고쳐 이를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은 혁신위원회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손학규 대표 측에서 공천 투명성, 당직 개편 등의 창구로 기획했던 혁신위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창구로 변질됐다. 혁신위는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전후로 관심사가 달라졌다.

바른미래당 당 혁신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권성주 혁신위원(가운데) 등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이동하는 손학규 대표(오른쪽)를 막아서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왼쪽은 오신환 원내대표(연합뉴스)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하는 바른정당계는 당초 혁신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가 일자 혁신위를 받아들였다. 혁신위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1호 안건으로 손학규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고, 주대환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며 사퇴했다. 이후 혁신위원들이 1호 안건을 최고위원회에서 다뤄달라고 요구하며 바른미래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평화당도 내부 분열이 심각하다. 지난 17일 민주평화당 의원 10명이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를 결성했다. 박지원 의원을 필두로 김종회, 유성엽, 윤영일, 이용주, 장병완, 장정숙, 정인화, 천정배, 최경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현재 탈당까지 염두에 두고 새로운 제3지대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17일 유성엽 원내대표는 "정동영 대표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정 대표가 직을 내려놔야 3지대 신당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정동영 대표는 "대안정치연대를 해산하고 정상적인 당무에 복귀하라"며 "이렇게 계속 당무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징계 사유"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원내 3, 4당이 내홍을 겪는 것은 결국 소선거구제의 관성 때문이란 지적이다. 현행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는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형 제도이기 때문에 거대정당에 표심이 몰리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같은 중소정당 입장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제도적 관성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최근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고, 바른미래당의 경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당장 두 당은 다음 총선에서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는 형국이다. 결국 선거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두 당의 내부 동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이합집산을 통해 정계개편을 이룬다고 해도 현재 한 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선거제 개편안을 관철시켜 총선을 치르는 것이 3, 4정당이 살아남을 길이란 얘기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고민은 결국 내년 선거에서 제3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가에 있다"며 "두 당의 다수 의원들이 가진 소선거구제 하에서의 불안감에서 발생하는 동요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 공동대표는 "선거제 개편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그나마 덜 동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정계개편을 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야 실리가 있다. 강력한 대권후보가 있다면 동력이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 공동대표는 "결국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새로운 제도를 바탕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게 유일한 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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