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을 정권에 헌납하려는 자는 방송계를 떠나야 한다 -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방송가에는 김우룡 방송위원의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공영방송 MBC 사장의 유력한 후보라는 것이었다. 가당치 않다는 생각을 했지만 무성한 소문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24일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우룡 방송위원(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면 정무직(조창현 방송위원장 지칭)에서 물러나거나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다. 또한 ‘KBS 정연주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변화를 가늠할 수 없는, 판을 뒤엎는 초강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방송위원장과 KBS 사장 자리는 정치적 독립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 방송위원 9인 중 6인을 국회가 추천하도록 한 것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방송 정책이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되 방송위원이 추천한 11명의 이사가 제청하도록 한 KBS 사장 역시 국가기간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하고자 한 노력의 결실이다. 방송의 독립을 지켜야 할 책무를 지닌 방송위원이 이를 부정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애초 방송위원 자격이 없음을 뒤늦게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그런 인물이 우리나라 방송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미래의 방송 특별연구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다는 것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김우룡 위원이 내밀 미래의 방송 구도가 과연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공성을 얼마나 내팽개칠지 뻔하기 때문이다.

김우룡 위원은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송위원이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강동순 방송위원 역시 방송의 독립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한나라당이 방송을 장악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지탄을 받았던 인물이다.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송위원들의 망언을 개인 돌출 행동으로 볼 수 없다. 김우룡 위원은 방송위원 가면을 쓴 한나라당의 홍위병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만큼 이제 방송계에서 퇴출해야 한다. 방송 독립에 동의하지 않는 인물은 방송가 근처에 그림자도 비춰서는 안된다. 아울러 그런 인물을 버젓이 방송위원에 추천했던 한나라당 역시 국민을 우롱한 책임을 지고 사죄해야 한다.

김우룡 위원은 방송위원직은 물론 모든 공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 특정 정치세력에게 방송을 헌납하려 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아울러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러한 천박한 방송 철학을 숨기고 강단에 섰던 점도 사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만 8천여 언론노동자의 뜻이다.

2008년 1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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