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가장 기분이 좋았을 이경규는 새해 <승승장구>에 출연해 화제가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늘어놨습니다. 그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유재석과 강호동과 관련된 이야기이지요. 누가 뭐라 해도 현존 최강인 유강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유재석은 왜 그들의 적이 되었을까?

시청률 면에서 좀처럼 <강심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승승장구>가 출연진을 통해 이슈 마케팅을 한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연말에는 박진영을 출연시켜 자사 프로그램 <드림하이>홍보와 함께 JYP 찬양에 나서더니 이번에는 2010 KBS 연예 대상을 받은 이경규를 통해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절대 지존에 대한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당연하게도 화제가 되고 시청자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기는 유재석과 강호동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이경규라는 존재이기에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의미 있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강호동이 연예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준 이가 다름 아닌 이경규라는 것은 이젠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런 이유로 방송에서 이경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자주 언급한 강호동에게 지난 연말 대상 수상은 남다르기도 했습니다.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경규가 이제는 강호동이 버겁게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로 최고의 MC가 되어버린 후배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지요.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MC들의 '유재석vs강호동' 누가 장수할 거 같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강호동을 선택했습니다.

"강호동은 시청자들에게 욕을 많이 먹는 스타일이고 유재석은 착한 스타일"
"착한 스타일의 유재석은 조금만 실수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용서받기 힘들지만 강호동은 이미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괜찮다"

분명 이 말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못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은 여전히 유재석의 존재감과 그 능력을 믿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가 강호동이 장수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언급한 유재석의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시청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실수를 범했을 때를 상정한 예시입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런 실수들을 통해 성장하기 마련이기에 유재석도 실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재석의 모든 면을 두고 봤을 때 그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릴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잘못을 저지를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단순히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강호동이 오래간다는 선택은 그저 애제자에 대한 애정 정도로 보면 될 듯합니다.

유재석이 대단한 존재임을 드러낸 대목은 바로 다음에 이어진 "유재석은 우리의 적이야"입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우리는 자신을 비롯한 강호동, 김구라 등 독설을 무기로 가진 MC들의 총칭이라고 봐야겠지요.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고 방송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MC이지만, 인간이 때론 화를 내기도 하고 흐트러지기도 해야 하는데 어떤 출연자가 나와도 웃으며 받아주고 진행하는 유재석은 당연히 그들의 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잘 받아주면서도 최고의 MC로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역으로 자신들을 욕 먹이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앞서 강호동이 장수할 것 같다는 발언과는 달리, 유재석을 경계하며 넘어서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은 여전히 유재석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엄청난 존재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한국 방송계의 산증인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고참이 된 이경규가 그렇게 평가할 정도면 유재석의 존재감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존재들입니다. 그렇기에 현존 최고의 MC로서 장수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둘 중 누가 뛰어나다고 단순히 저울질해 판단할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각자의 스타일별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최고가 된 그들에게 누가 앞선다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미있게도 <1박2일>이 위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던 시점, 강호동은 귀여움을 앞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강인함만을 내보이던 그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외롭고 지친 모습들을 간간이 보이며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한 이유도 유재석이 가진 장점을 흡수하려는 노력(혹은 강호동이 드러내지 않았던 진실한 모습)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경규가 유재석을 '우리의 적'이라 부른 이유는 여전히 강력하고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유재석의 존재감을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유재석이 가진 장점들로 자신들을 재무장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그들은 여전히 강력한 존재들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착한 진행이 우리를 적으로 돌리지만 우리 역시 그런 착한 진행을 통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바람을 드러낸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이경규의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강호동보다는 유재석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내용이란 생각을 하게 합니다.

2011년 역시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이경규라는 오래된 3인방의 여전한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그들은 끊임없이 진화를 꿈꾸고 이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들 3인방의 시대만 있느냐는 투정보다는 그들을 넘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져야만 변화가 오겠지요. 그들이 어떤 노력들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MC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최고 MC 자리를 지켜내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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