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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 못지않은 재난 보도 여전해세월호·헝가리 유람선 침몰 보도, 비극을 부각하여 사연을 팔아…"여전히 모호한 재난보도 준칙 강화해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7.19 10:09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사회적 참사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세월호 탑승객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냈다. 기자들은 실종자 가족에 다가가 심경을 물었다. 이런 취재 관행은 포항 지진·헝가리 유람선 참사 때까지 이어졌다. 

18일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사회적 참사 피해지원 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재난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이었다. 사회적 참사를 취재하는 언론 관행을 고발하고 개선책을 찾아 나가는 토론회다.

▲포항 지진 사건 당시 이재민의 얼굴을 보여준 방송사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의 취재 관행 때문에 재난피해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김언경 처장은 포항 지진과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실제 포항 지진 당시 KBS·MBC·TV조선 등 방송사는 대피소에 모여있는 이재민의 얼굴을 흐림처리 없이 방송했다. 김언경 처장은 “재난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자 책무”라면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관행 혹은 편의를 앞세워 피해자를 불편하게 하고,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사고 당시 중앙일보와 뉴스1은 피해자 보험금 액수를 명시하는 보도를 했다. 또 MBC·YTN·TV조선 등은 생존자·실종자의 사연을 강조했다. 김언경 처장은 “실종자의 생환 여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보험금 액수를 논한다는 것은 비도덕적 행태”라면서 “필부필녀의 술자리에서도 나오지 말아야 할 대화가 언론 보도에 버젓이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김언경 처장은 “사망자의 사연을 구구절절 전달하는 것도 여전했다. 사고 이후 대부분 언론은 항공편이 부족해 애를 태우는 실종자 가족에게 다가가 심경을 물었다”면서 “심지어 TV조선 보도에는 기자가 ‘걱정 많이 되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실종자 가족이 ‘그냥 혼자 가고 싶은데요’라며 인터뷰를 거부하는 장면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방송사 주요 보도.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처장은 “피해자 가족의 비극을 부각하여 사연을 파는 행태 또한 여전했다”면서 “MBC와 YTN은 특정 피해자의 집에 가 잠긴 문을 잡고 흔들거나, 빈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등 연출이 역력한 상황을 보여줬다. 실종자 가족의 참담함을 강조한 보도, 피해자의 사연을 언론 상품으로 만드는 태도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장훈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로 유가족이 고통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장훈 위원장은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8반 고 장준형 학생의 아버지다. 장훈 위원장은 “사고 당일날 언론과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배보상금 액수를 언급했다”면서 “유가족이 터무니없는 액수의 배보상금을 받고도 계속 많은 돈을 요구한다는 가짜뉴스가 떠돌아다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장훈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팽목에서, 또 인양 당시 목포에서 우리에게 ‘심경이 어떠냐’고 매번 집요하게 물어왔던 언론인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묻고 이를 전달한 언론인은 많지 않다. 우리는 구경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장훈 위원장은 “제발, 다시는 대형 참사의 현장에서 유가족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심경을 묻거나 절규하는 장면을 찍어대는 것으로 언론인의 임무를 다했다고 착각하지 마시길 바란다”면서 “희생자에게도, 피해자에게도 인권이란 게 있다. 희생자와 피해자도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장훈 위원장은 “언론은 스스로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실제 외신 사진기자들은 팽목항에서 우리를 직접 찍지 않았다. 또 아이들이 올라오는 것을 찍지 않았다”면서 “이건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다.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은 이 같은 재난 보도가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고 했다. 김덕진 부소장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보도가 보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재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뉴스와 커뮤니티,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댓글이나 게시물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게 된다”고 말했다.

▲허윤 대변인이 제시한 언론보도준칙 수정 방안 (사진=대한변호사협회)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언론보도준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윤 대변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준칙이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 “준칙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 대변인은 현행 재난보도준칙에 ▲재난피해자 또는 관련 단체 등의 항의가 있으면 즉시 취재를 중단한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충분한 취재를 통해 반드시 정확한 정보만을 전달한다 ▲초상권·사생활 침해는 지양한다 등의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허윤 대변인은 언론 보도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 대변인은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위해서는 재난피해자 관련 부분으로 제한된 명예훼손죄·사이버 모욕죄·사자 모욕죄·혐오표현 처벌 조항 등이 신설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물론 처벌 조항의 신설은 언론에 위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재난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사진=미디어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사회적참사 피해지원 포럼-재난피해자 명예훼손과 언론의 역할> 세미나는 18일 포스트타워에서 열렸다. 좌장은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가 맡았다. 발표자로는 유경한 전북대 교수,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토론자는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 등이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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