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시사기획 창-태양광 사업 복마전'편 외압·부실취재 논란을 두고 양승동 KBS 사장의 국회 출석을 재차 요구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과방위는 당초 15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 양승동 KBS 사장을 출석시켜 '시사기획 창' 관련 논란을 질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양 사장이 방송의 독립성 훼손,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언급의 부적절성 등을 이유로 참석을 거부하자, 국회 과방위는 오는 22일 양 사장 출석을 재차 요청했다. 현재 관련 일정은 19일로 앞당겨진 상태다.

양승동 KBS 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공영방송 연구자이자 현 KBS 이사인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SNS에 "특정 보도 프로그램에 대해 국회가 공영방송사 사장을 불러 이야기를 듣겠다는 건 처음있는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강 교수는 "정치인들이 공영방송 사장에게 개별 보도에 대해 보고를 받겠다니, 공영방송의 중요 원칙이 정치에서의 독립"이라며 "KBS 사장이 국회 요구에 불응해도 되는 것이면 몰라도,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가는 것이라면 이것은 외적 언론통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사장이 국회 불려 나가 모욕 당하는 것이 싫은 KBS가 개별 정치인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이를 피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독립성은 훼손될 수 있다"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국회의원들은 명백히 방송보도의 이해당사자이다. 개별 보도 프로그램 놓고 이해당사자들이 논의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요구에 동의해 준 여당도 이상하고, 독립성이 훼손된 일에 언론과 시민단체가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하다"며 "혹시 현 KBS 경영진이 밉보였나. 설사 그렇더라도 이것은 본질의 문제 아닌가. 개인 차원에서, 개별 프로그램 건으로 KBS 사장을 국회에 소환하는 것에 우려의 뜻을 밝힌다"고 썼다.

편성규약, 시청자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등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적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가 개별 보도 프로그램 건에 대해 공영방송 사장을 소환, 관련 질의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게 강 교수의 비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18일 성명을 내어 "방송의 자유와 독립 훼손하는 국회 출석 요구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협회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특정 사안의 사실 확인을 위해 공영방송사 사장을 국회에 출석하게 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방송사업자의 대표자가 국회에 출석하여 형사사건 쟁점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게 되면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당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더욱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양승동 KBS사장 과방위 회의 불참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송희경, 박대출, 김성태, 최연혜, 윤상직 위원. (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조는 국회 과방위의 양 사장 출석 요구를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시사기획 창'을 둘러싼 청와대 외압 논란을 중심으로 양 사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15일 성명에서 "한국당 소속 과방위원들의 저의가 '시사기획 창' 프로그램 재방송 여부에 청와대와 사측이 개입했다는 정치적 공세를 하기 위해서란 걸 우리가 왜 모르겠나"라며 "KBS의 방송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하면 된다. 그러라고 있는 게 국정감사"라고 질타했다.

KBS는 '시사기획 창' 외압 논란과 관련해 재방 결정에 있어 청와대 외압은 없었으며, 청와대의 정정·반론 보도 청구에 언론중재위 등의 적법 절차를 밟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국회 과방위에 따르면 KBS는 18일 양 사장 명의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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