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현재 언론에는 신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물음이 던져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 언론에서는 경쟁언론·전문가·시민과의 협업·연대로 해답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17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개최한 <언론의 독립·연대·협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언론 전문가들은 언론사의 협업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언론을 위해선 협업과 연대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tbs와 시민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tbs는 지역미디어센터와 ‘우리동네라디오’를 시작했다. 우리동네라디오는 서울지역 소식을 tbs에서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지역미디어센터가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다.

▲tbs와 서울 마을미디어단체/지역미디어센터 간 협력활동 공유회 (사진=미디어스)

김동원 강사는 “이번 현충일에 ‘우리동네라디오’는 세월호 실종자를 수습한 바 있는 고 김관홍 잠수사 이야기를 했다”면서 “김관홍 씨 이야기를 주민의 목소리로 전달한 것이다. ‘왜 현충일에 군인과 순국선열 이야기만 해야 하나. 우리의 이웃도 기억해야 한다’는 멘트가 기억에 남는다. 중앙 언론과 지역민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강사는 “우리동네라디오 사례는 tbs가 구성원으로 속한 지상파 라디오 방송과 다양한 시민 미디어 공동체의 교환 관계”라면서 “이 교환 관계는 tbs가 수행하고 있는 지상파 라디오 방송이라는 장에 시민 미디어 공동체가 참여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원 강사는 “tbs와 마을미디어의 협업은 규정된 정체성 속으로 새로운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tbs, 마을라디오와 손잡고 서울지역 소식 전한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언론과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톱은 각 분야 전문가의 팩트체크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 뉴스톱에는 시민사회 단체·3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김준일 대표는 “팩트체크는 각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가 해야 한다. 뉴스톱의 조직 자체가 협업”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미터 홈페이지 갈무리

김준일 대표는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 ‘문재인 미터’를 예로 들었다. '문재인 미터'는 2018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이 사단법인 '코드'와 함께 만든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다. 김준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검증에는 참여연대·언론개혁시민연대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면서 “뉴스톱이 유명하지 않아 초반에는 불신의 눈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분을 설득해 공약 검증을 했다. 언론의 연대·협업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이 언론이 사는 법] ⑨ 뉴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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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준 베를린자유대 언론학 박사는 독일의 공영방송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서명준 박사는 “독일의 공영방송 ARD는 지역 공영방송의 연합체 성격이다”면서 “지역 공영방송이 각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ARD를 메꾸는 식이다. 한국으로 치면 KBS 지역총국이 KBS 본사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명준 박사는 나치 정권 때문에 독일의 공영방송 시스템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서명준 박사는 “2차 대전 전 독일의 방송 시스템은 중앙집권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이 지방 분권식 언론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결국 공영방송은 연방제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명준 박사는 “독일 공영방송은 신문과의 협업도 유기적으로 추진한다”면서 “일전에 독일의 한 신문사에 파나마 조세회피처와 관련된 제보가 들어왔다. 독일 공영방송은 신문과 협업을 해 이 문제를 지속해서 취재했다”고 했다. 서명준 박사는 “최근 독일에서는 공영방송과 신문, 포털업체의 공동탐사보도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독일 공영방송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시민의 정보 욕구에 부응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준 박사는 “이는 독일 미디어가 자신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닌 사회 전체 중 하나로 보는 다원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크로스체크 포인트에 참여중인 프랑스 언론사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프랑스 언론사들이 펙트체크를 위해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민정 연구위원은 “프랑스에는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다. 팩트체크와 관련된 비영리 조직”이라면서 “크로스체크에는 언론사 33곳을 포함해 대학·비영리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00여 명의 저널리스트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로스체크 포인트는 구글의 지원을 받고 설립됐다.

진민정 연구위원은 “언론사는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한 매체가 문제를 일으키면 전체 언론이 비판을 받기도 한다”면서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독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언론사가 직접 연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진민정 연구위원은 “프랑스 언론사들은 펙트체크를 공적인 서비스로 생각한다”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저널리스트의 역량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또 언론사가 협업하면서 이미지 개선에 큰 효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뉴스타파의 연대·협업 방식이 언론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를 할 때 시민·독자·전문가와 협업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김재영 교수는 “아무리 똑똑한 개인이라도 집단보다 똑똑할 수 없다는 말이 실증되는 사회”라면서 “뉴스타파는 특정 사안을 탐사 보도할 때 불특정 다수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이뤄냈다. 뉴스 제작의 확산과 지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 코레스폰덴트 소개문구. (사진=드 코레스폰덴트 홈페이지 갈무리, 번역=크롬 번역)

김재영 교수는 네덜란드의 언론사 ‘드 코레스폰덴트’의 운영방식이 뉴스타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김재영 교수는 “드 코레스폰덴트는 수익의 95%를 언론과 플랫폼 개발에 투자하고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면서 “무엇보다 언론과 독자의 관계를 재설정해 독자들을 취재·보도 과정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또 독자의 펀딩으로 언론사를 운영한다. 취재·보도 과정에서 독자의 참여를 증진시키고, 언론과 독자의 관계를 재설정한 사례”라고 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2010년경 미국에서는 언론사 간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서로 다른 플랫폼을 가진 매체 간 협업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언론사가 공동 취재를 하는 등 높은 단계의 협업이 이뤄진다. 한국에서 그런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 과제다. 뉴스타파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용진 대표는 “앞으로 언론사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같이 기획하고 취재를 함께 해야 한다”면서 “중요한 사안이 여러 매체에서 동일하게 보도된다면 파급력은 향상될 것이다. 학계의 이론적 지원과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열린 언론의 독립·연대·협업 세미나. 왼쪽부터 김동원 강사, 서명준 박사, 김재영 교수, 김준일 대표, 진민정 연구위원 (사진=미디어스)

이번 <언론의 독립·연대·협업> 세미나는 한국언론정보학회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주관했다. 세미나는 17일 서울 중구 독립언론 협업센터에서 열렸다. 세미나 발표자로는 김재영 충남대 교수·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김준일 뉴스톱 대표·서명준 베를린자유대 박사·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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