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은 1월 24일 <KBS 鄭사장 사퇴 않으면 판 엎는 초강수 나올 수 있다>에서 “김우룡 방송위원이 조창현 방송위원장과 정연주 KBS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우룡 위원은 “KBS는 ‘탄핵방송’ 이후 공영방송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에 편파방송의 책임자인 정연주 사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정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변화를 가늠할 수 없는 판을 뒤엎는 초강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방송위원과 KBS 사장이 임기제인 것은 방송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서 방송은 정권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위원과 공영방송 사장 등은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임기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기가 남은 방송관련 정무직 공무원과 공영방송사 사장에게 정권이 바뀌었으니 나와라, 그렇지 않으면 초강수를 쓰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인수위원회에서조차 나와서는 안 될 발언이다. 그럼에도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엇보다 철저히 지켜야 할 방송위원이 어떻게 이처럼 방송위원회와 방송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우리 단체는 김우룡 위원의 이런 발언은 한나라당과 보수신문의 시대착오적 발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당선도 되기 전부터 “MBC를 손보겠다, KBS가 편파적이다”는 겁박을 하며 방송장악을 위한 사전작업을 펼쳐왔다. 인수위는 이미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편 조·중·동은 차기정부 출범에 맞춰 방송계 주요 인사들은 자리를 비워주라고 노골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노무현 정부 내내 그토록 비판해오던 이른바 ‘코드 인사’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김우룡 위원을 비롯한 보수집권세력, 보수신문의 이런 주장은 권력을 잡았으니 방송을 자신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오만한 태도이다.

우리는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 보수신문 등 방송장악의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수 세력들에게 강력히 경고한다. 방송은 정치권력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이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짓누르고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에 동의한 것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방송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저널리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음모를 버려야만 할 것이다.

아울러 김우룡 위원에게 촉구한다. 김 위원은 방송위원으로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책임을 높인다는 방송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어겼다. 특히 현재 김우룡 위원은 MBC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을만한 행동이기도 하다. 김우룡 위원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스스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해친 점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08년 1월 2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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