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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극성인 소수자 혐오 표현, 정말 어쩔 수 없나선관위·언론의 역할론 제기돼…"'기계적 중립' 환상 버리고 적극 대응해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7.18 10:2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외국인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똑같이 임금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공식석상에서 한 이 발언은 '명백한 혐오발언'으로 여야 4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전방위에서 뭇매를 맞았다. 곧장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의도적인 혐오발언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우리사회 혐오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로 '정치권'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혐오발언을 일삼는 정치권의 행보는 오늘도 진행 중이다. 

하물며 정치인의 생존과 권력이 달린 선거 국면에서는 어떨까.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기간이 정해져 있는 한국에서 정치인들의 혐오표현은 선거국면에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는 TV 토론에서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으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배제하는 발언을 했고, 지난해 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동성애는 담배보다 유해하다"라며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김 후보는 당시 공약으로 퀴어문화축제금지, 서울 학생인권조례에서 성소수자 조항 삭제 등을 내걸기도 했다. 

2020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미디어, 시민사회 등이 기존보다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소수자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조장·선동하는 '증오선동'에 한정한 형사처벌을 고려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호관에서는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스)

17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호관에서는 '혐오없는 선거, 어떻게 만들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혐오표현은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을 모욕, 비하하거나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는 언동'을 통칭한다. 

발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선거 국면에서 정치인의 혐오표현이 더 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선거는 권력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리이고, 더욱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의 혐오표현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 소수자 혐오가 선거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정치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는 다수에게 지지를 얻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소수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선거운동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자를 이른바 '갈라치기' 해 다수의 득표를 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교수는 선거 시기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문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양한 정치적 주장들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크게 훼손될 것이며, 사법당국이나 선관위가 어설픈 조치를 취할 경우 선거의 중립성, 공정성 등의 가치를 두고 시비가 일어 결국 정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홍 교수는 '증오선동' 유형에 해당하는 혐오표현에 한정한 형사범죄화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았다. '증오선동'은 편견이나 차별을 조장하거나, 공개적으로 소수자를 멸시하는 행위를 넘어 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혐오 행위를 이끌어내려는 혐오표현에 해당한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를 하고 있는 해외 입법 사례들은 대부분 '증오선동'을 형사처벌하고 있다"며 "증오선동만을 법적 금지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혐오표현반대론에서 제기하는 여러 가지 우려를 피해갈 수 있다. 특히 이것은 죄형법정주의 등 엄격한 법치주의 원칙이 지배하는 형사법 영역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오선동을 별도로 구분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도 간과할 수 없다고 홍 교수는 말했다. 선동이 아닌 단순 의견표명만으로도 심각한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규제가 증오선동에 한정될 경우 그 기준을 피해 전략적인 혐오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오선동에 대한 규제의 한계를 인식하는 한편 비규제적 수단, 즉 선관위와 관계기관 간의 협력에 의한 적극적 조치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이 경우 관련 기관의 '적극적 조치'가 주요한 요소로 꼽힌다. 홍 교수는 과거 혐오·선동에 대한 선관위 의견 제출, 인권위 고발 사례 등에 대해 선관위나 인권위는 "근거 법률의 미비 등을 들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현행법상 선관위 등 국가기구가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인지 의문이다. 선관위가 기계적 중립의 환상을 버리고, 혐오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정책담론팀장은 "선거기간 나타나는 혐오의 구도는 후보자의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선동, 상대 후보자의 소수자성에 대한 혐오발언과 후보자에 대한 불특정다수의 공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선관위는 후자의 경우는 철저히 보호한다"며 "그런데 왜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인한 피해를 그저 고스란히 견뎌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 팀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만났던 선관위는 먼저 법이 만들어져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틀린 말이라 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에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에 뒷짐지고 있겠다는 태도가 국가기구의 옳은 태도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시기 혐오발언 혹은 혐오선동 금지로의 공직선거법 개정 등이 이루어지기 전에 어쩌면 수차례 치러질지 모르는 선거에서 국가기구가 그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태도 표명을 요구했다. 이 정도의 입장표명이 법 개정 없이는 어렵다는 선관위의 태도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8년 5월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지방선거 혐오대응 전국 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다른 한편, 선거 시기 정치인 혐오표현의 주 통로가 되는 미디어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선거 시기 미디어, 특히 방송이 단순히 공정성과 중립성을 가치에 두고 '토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생방송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토론 주제에서 벗어난 정치인의 혐오표현에 즉각적인 팩트체크가 어렵다는 시스템의 한계는 있으나, '개입할 수 없다'는 인식을 버리고 '소수자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혐오표현을 차단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 활동가는 "가령 생방송에서 소수자 혐오발언이 나온다고 하면 최소한 그 같은 혐오 발언이 얼마나 멍청한 말인지에 대해 사회자가 언급해주기만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활동가는 "단순히 '누군가가 무슨 발언을 했다'는 식의 따옴표 기사, 찬반식의 기사는 문제다. 최소한 이 같은 (혐오)발언이 어떤 점에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가에 대해 언급되는 기사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 생중계 중 '팩트체크'에 대해 권 활동가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생방송 토론이 '인권' 관련 주제로 진행되거나, 전국단위의 선거일 경우 사전에 전문가 풀을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지난해 세계일보와 '공공의창'이 함께 설계하고, 여론조사기관 세종리서치가 수행한 '혐오의 파시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혐오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정치권'(27.2%)이었다. 이는 '일간베스트'(일베), '워마드' 등 혐오의 온상지로 꼽히던 극단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23.5%)보다도 높은 수치다. 언론(21%)과 유튜브(15.3%)도 혐오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됐는데, 정치인의 말이 언론과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용·확산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혐오 문제와 관련한 정치권의 책임은 매우 큰 것으로 해석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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