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가 근로기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KBS 4개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내놨다. 연장근로 제한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서면 계약 미작성 등이 확인되었으나, 주요 쟁점이었던 팀장급 도급감독들에 대한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에 이어 재차 '턴키 계약' 관행을 용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KBS에서 방영했던 4개 드라마('국민여러분', '닥터 프리즈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딸', '왼손잡이 아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은 지난 2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해당 드라마들에 대해 근로감독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노동부는 지난해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방송 스태프 상당수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면서도 도급계약을 맺는 팀장급 스태프들에 대해서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종사자들의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노동부는 이번 특별근로감독으로 드라마 제작 현장 구조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음을 재확인했다.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와 프로그램 제작·납품 계약을 맺으면 외주제작사가 스태프들과 개별 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 계약)을 맺거나 팀별 도급계약(턴키계약)을 맺는 형태다.

노동부는 "지난해 감독 결과에 비해 팀 단위로 체결하는 도급계약에서 스태프와 직접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형태로 변하는 추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외주제작사가 스태프들과 개별 근로계약을 맺는 추세가 확인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주제작사들이 맺고 있는 프리랜서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인 사실도 재차 확인됐다.

그러나 노동부는 팀장급 스태프들에 대해서는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제작사와 이들 간 계약을 근로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참여한 총 184명의 방송 스태프들 중 137명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방송사와 제작사로부터 턴키계약을 강요받아 온 146명의 기술팀 소속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이 실명 참여한 '노동자성 인정 촉구' 연서명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미디어스)

제작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팀장급 스태프들에 대한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자 당장 '노동부가 방송국의 책임을 감독급 스태프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17일 성명을 내어 "이 결과는 2018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 단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결과"라며 "도리어 감독급 스태프와 팀원 사이의 계약이 근로계약이라고 명시하여, 근로계약의 책임을 감독급 스태프에게 전가했다"고 규탄했다.

한빛센터는 "두 차례의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의하면 감독급 스태프는 본인 책임하에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용자로서 방송국은 물론 외주제작사와 동등한 관계를 맺으며 방송 노동자에 참여해야 한다"며 "하지만 실상은 감독급 스태프 역시 일방적으로 방송국과 외주제작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엄연한 한 명의 노동자일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빛센터는 "게다가 열악한 방송 노동의 책임을 방송국이 아니라 외주제작사나 감독급 스태프에게 전가하고 있는 큰 문제가 있다"며 "노동부는 제작 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물론, 감독급 스태프와 외주 제작사의 도급 계약은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며 실제 방송 노동의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결론을 도출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서는 방송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 위반,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 법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21개소 중 8개소에서는 연장노동 제한을 위반하다 적발됐다. 1주일에 최대 33시간까지 연장노동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최저임금 위반이 적발된 곳은 3개소다. 서면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곳은 16개소다. 스태프 184명 중 128명에 대해 서면 근로계약을 작성하지 않고, 대신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스태프들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2.2시간, 1주 평균 근무일수는 3.5일, 1주 평균 연장근로시간은 14.1시간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감독 당시 1일 평균 노동시간 15.2시간, 1주 평균 근무일수 5.6일, 1주 평균 연장근로시간 28.5시간이었다. 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