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하소연을 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이 유튜브를 즐겨 보길래 책을 좀 읽으라 했더니 아들 왈, 엄마는 석기시대의 도구를 가지고 21세기를 살아갈 수 있느냐며 반문을 했단다. 말문이 막힌 엄마. 그분이 아니라도,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스마트폰 사용을 둘러싼 갈등을 겪어보지 않은 집이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애플의 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3시간을 넘으면 자살률이 35%가 증가하고 5시간을 넘으면 71%가 증가한다며, 애플에 이런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넘어선 중독, 과연 그에 대한 해결책은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사회적 고민에 대해 <시사기획 창>은 색다른 실험을 통해 답을 찾고자 한다. 기존 많은 과학적 실험들이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해 접근했던 것과 반대의 시도를 해본 것이다.

스마트폰 없는 3개월

KBS 1TV <시사기획 창>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편

초등 저학년의 37%에 고학년 74%, 중학생의 92%, 고등학생이 되면 93%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신체의 일부처럼 스마트폰과 함께한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거나(30.8%), 메신저를 하거나(24.1%), 웹툰을 보며(16.6%) 시간을 보낸다.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29.3%가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남학생 28%에 비해 여학생 30.7%로 그 비율이 높다.

​​​​​​고양시의 덕양중학교, 전교생 900여 명이 넘는 이 학교 역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골칫거리다. 이에 2016년 학교와 학생들이 모여 만든 생활협약에 따라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기로 결정하고, 매일 아침이면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걷는다. 하지만 이런 협약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 상태. 결국 다시 협약을 유지하기로 하였지만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함에도 불구하고 하루 5~6시간, 심지어 주말에는 10시간에 이르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중2 성원이의 경우, 방학이 되자 사용시간이 부쩍 늘었다. 게임, SNS, 유튜브, 메신저 등의 용도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성원이. 수시로 울리는 알림을 들여다보느라 해야 할 과제를 다 못 했다는 성원이는 오늘도 이어폰까지 연결한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가족과의 대화는 물론, 식사 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친구가 와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마주 보며 대화는커녕 둘이 나란히 누워 게임을 하다 간다.

지원이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엄마가 지원이를 깨우는 시간은 오후 4시, 그나마 오늘은 빠른 편이다. 겨울방학에 들어서면서 밤새 스마트폰을 하느라 낮밤이 바뀐 지원이. 나가는 게 귀찮고 할 게 없다며 스마트폰만 하느라 엄마조차 귀찮아질 지경이다. 엄마도 지원이의 상태가 심각한 건 알지만 괜히 잔소리하다 관계가 더 나빠질까 마찰을 피하다 보니 이렇다 할 제재를 못하는 상황이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편

<시사기획 창>과 학교는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 교실의 도움을 얻어 3개월간 스마트폰 절제하기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전교생을 상대로 하여 이 프로그램에 참여자를 신청한 결과 다행히도 16명이 지원을 했고, 박나린, 장성원, 강산, 이찬영, 변평화, 신지원, 지준영 등 최종 7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3개월 동안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상촬영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영상촬영의 대상은 뇌, 그중에서도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학습 능력을 담당,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이성적 사고 판단을 담당하는 부위다. 전두엽 내 혈액 속 산소포화도 변화를 측정하여 자기조절과 억제 능력, 작업기억능력을 데이터화 한다.

실험은 참가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 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다른 미디어기기 역시 평일 1시간, 주말 2시간으로 실험의 효과를 강화시키는 약속도 했다. 아이들만이 아니다. 아이들의 효율적인 실험을 위해 부모 역시 집에서는 필요할 때만 스마트폰을 쓰기로 했다. 그리고 각자 핸드폰을 보관상자에 담고 대신 전화, 문자만 가능한 이른바 효도폰을 받는 것으로 실험이 시작되었다.

28일째 되는 4월 17일 중간점검이 이루어졌다. 지하철 탈 때 심심하다는 등 스마트폰 없는 생활의 불편함이 토로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서히 다른 활동을 찾아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엄마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며 웃는다. 가족끼리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야외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났단다.

그리고 71일이 되는 5월 30일. 그간 아이들의 전두엽 이미지를 촬영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과 그냥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대조군의 학생들을 함께 촬영한 결과, 자기조절 억제 능력에서 대조군의 학생들이 파란색인 것과 달리,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노랑색을 띠며 자기조절 억제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보였다. 반면 작업기억능력의 경우 실험군의 학생들이 파란색, 대조군의 학생들이 노란색을 띠었다. 이는 실험군의 학생들이 머리를 덜 쓰고도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정보처리의 효율성이 증가한 것이다.

불과 몇 달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을 뿐인데, 학생들의 전두엽 기능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이는 우리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학업능력의 향상을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실험과 반대로 해본 실험, 불과 몇 달 사이에 달라지는 아이들의 뇌를 통해 지금이라도 더 늦지 않게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뇌를 향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은 명확해진다.

디지털의 격차는 ‘접근 금지’의 격차로부터

KBS 1TV <시사기획 창>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편

학자들은 사춘기가 전두엽 발달이 재건축되는 시기라 정의한다. 그런 시기 뇌발달의 불균형은 이후 학업은 물론 미래의 삶에 있어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그러기에 일상의 통제력을 찾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 즉 정신적 항체를 키우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을 만들었던 저스틴 로젠스키. 그는 바로 이런 SNS의 기능이 '가짜 즐거움의 맑은 종소리'라며 반성한다. 그리고 페북을 나와 구글에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와 함께 인도적 기술센터를 만들어 디지털 중독 사회의 해법에 앞장서고자 한다.

트리스탄은 오늘날 우리는 삶의 1/4를 인공사회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통탄한다. 거대 미디어기업이 인간의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여 유혹적 방식으로 붙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무작위로 오는 알림은 도박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고, 관심에 목마른 청소년은 좋아요를 통해 마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 쉼 센터에 찾아온 상담 학생의 사례를 보면, 전학으로 친구가 없던 청소년이 온라인 페친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다 1000명 넘는 페친을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그들과의 직접적 관계를 시도, 그 과정에서 반대하는 부모와 갈등을 빚다 가출까지 시도하게 되었다고 한다.

성대 의대 정신건강 의학과 전홍진 교수에 따르면 2014년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상담을 한 청소년 150명의 경우 밤을 새면서까지 확인을 해야 할 정도로 불안, 초조가 극심했고, 우울증 증상까지 드러났다고 한다.

KBS 1TV <시사기획 창>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 편

정작 스티브 잡스의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몰랐고, 빌 게이츠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13살이 되어서야 핸드폰을 사줬다고 한다. 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는 오늘날 디지털의 격차는 '기술에 대한 접근 제한’이 새로운 격차로 귀결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사라토가 고등학교. 공립학교 중 최상위 등급에 속하는 이 학교에서는 총기 사고 등 사고 시 알림을 위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허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교실 한 쪽에 스마트폰 포켓을 마련하여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이 그곳에 스마트폰을 보관하도록 한다. 만약에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포켓에 넣지 않고 보면 바로 뺏기고, 교장에게 인수되어 학칙에 의거 벌을 받게 된다.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인 인병진 교사네 집 풍경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 제한에 대한 태도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초등학교 자녀는 아예 핸드폰이 없으며, 고등학생인 아들도 핸드폰이 있지만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인 교사네 집. 노트북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는 거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이 집의 규칙이다. 침실에서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다음날 학교에서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밤 10시면 취침을 해야 한다는 인 교사네 집 풍경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쩌지 못하는 우리네 가정의 풍경과 참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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